상황이 주어지면 가장 먼저 해야 하고 또 효율적인 방법이 홍보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구례에는 수해 참사를 취재하 러 온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상주해 있던 터라 전국적으로 알리 기에 적절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진보당 구례군위 원회 구성원들과 상의해서 위원장 명의의 현수막 10장을 주문해 읍내 곳곳에 걸었습니다. “수해는 인재다” “구례를 특별재난지역 으로 선포하라”는 내용이었
습니다.
5일시장에서는 구례대책위 주관으로 ‘섬진강 수해 원인 규명과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구례군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섬진강댐 대량 방류로 인 한 수해 참사이니 만큼 구례를 국가특별재난지역으로 즉각 선포 할 것과 (가칭)‘섬진강 수해 극복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할 것, 하 류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무시한 한국수자원공사는 공개 사과할 것, 섬진강 수해는 섬진강댐 대량 방류로 인한 인재가 분명하니 정부는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특별재난지역’에 방점을 둔 이유는, 선포만 되 면 국가 차원에서 피해 주민과 시설에 대한 복구절차를 수립하게 될 것이므로 수해 전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가 한결 수월할 터 라고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이날엔 문재인 대통령이 구례 5일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수해 5일차, 구례군민은 물론 각지에서 수해 복구에 일손 하나라도 더하겠다며 달려온 전국의 국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광경을 직접 목도한 문 대통령은, 5일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즉각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고, 바로 이튿날인 8월 13일 지정되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경찰, 소방, 관, 민간이 함께하고 노력하여 우선적으로 인명 피해가 없는 것이 너무도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방문은 그 자체로 우리 구례주민은 물론 구례대책위 사람들에게도 큰 희망과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니 이제 곧 원래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꿈을 갖게 되었던 거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지난한 싸움의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그로부터 55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섬진강 수해 참사 싸움은 현 재진행형이니까요. 외려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에 대한 실망과 배 신감만 폭설 쌓이듯 켜켜이 쌓였을 뿐입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우리의 대응방법에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련법에 대한 꼼꼼한 분석 없이 안개처럼 모호한 희망만으로 순진하게 대처했었으니까요. 물론 눈앞에 바로 보이는 수해 더미 치우는 데 여념이 없던 까닭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를 비롯해 구례대책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좀 더 치밀하게 당시 상황에 대처해야 했었습니다.
그날, 8월 12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자원봉사자 2천여 명이 구례를 찾았다. 복구기간 동안 보면 이날의 자원봉사자가 가장 많았다. 총 3천여 명이 복구작업에 투입되었다. 구례읍 5일시장·봉동·양정·봉남·원천·병방·월암·유곡·논곡, 문척면 죽연· 구성·안지·전천·월평, 토지면 파도·금내·기촌, 마산면 냉천·광평을 중심으로다.
무너졌던 서시천 제방구간도 임시적으로 복구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회의원이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눈으로 만 봐도 피해규모가 짐작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특별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에서는 임시조립식주택 설치를 건의했다.
구례대책위가 5일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자원공사등 관계기관에 대한 진상규명과 배상, 특별재난지역 선포,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을 건의했다. 또한 군수와 군 의회 의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향후 민관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구례대책위 사무실도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섬진강 하류 5개 시·군 자치단체장들이 대규모 수해원인을 댐관리 부실로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재난지원금 인상을 결정했다. 남해의 무인도에서 양정마을의 암소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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