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이번에는 32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터전을 뺏긴 것도 서러운데, 손배 청구라니, 노량진수산시장의 구 상인들은 대다수가 노인들이다.
지난 6일 함께 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는 “수협중앙회가 구 시장 상인을 상대로 32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사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집이 6억1570만원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던 공동지역장 한상범씨도 함께 했다.
그는 “구 시장 부지 주차장 무단점용 및 용역시설관리비 명목으로 상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10월 13일 판결을 앞두게 됐다”며 “만약 판결이 수협 측으로 기울여진다면 7년째 농성 중인 상인들을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을 둘러싼 사건은 2016년부터 시행된 명도 집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협 측은 일방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을 철거했고, 이에 따라 많은 상인이 오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다.

공동지역장 윤헌주씨는 “손해배상 청구이유로 지목되는 주차장 무단점용은 이미 폐쇄된 상황으로 1층 외에는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손해배상 청구냐”며 분노했다. 이어 “관리용역에 대한 비용 청구에 대해서도 용역관리 일지를 살펴보면 과도하게 비용 청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후 약 10여 차례 명도 집행이 전개됐는데 오히려 수협이 고용한 용역반에 의해 폭언과 폭행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고통 받던 상인 나세균씨가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결국 실질적 피해자는 상인이었다는 게 구 시장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근본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상인과 충분한 합의 없이, 일부 상인들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었다. 그 결과 서울시 미래 유산인 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허물고 현재는 상인을 몰아낸 그 자리에 36억원 축구장·야구장 시설이 들어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수협이 시설을 지어 동작구에 3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는 대신,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면제받게 됐다. 구 시장 철거 이후에도 2020년 10월 29일 새벽 6시 30분경 노량진역 육교 위에서 농성하는 사람을 상대로 물대포를 발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경고를 받았고, 사건을 저지른 직원들은 벌금까지 받는 등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김진억씨는 아래와 같은 주장했다.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은 인간의 삶을 파괴 합니다. 엄청난 압박입니다. 자본에 의한 타살입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그동안 많은 열사가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죽음입니다. 기업에서 파업하는 노동자의 집회를 가로막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악용하는 거처럼 상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 입니다.”
이 같은 손배소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노란 봉투 법’이 입법 논의되고 있다.
상인들은 “수협 중앙회가 지금이라도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을 원만히 합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수협중앙회도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80여명은 수협중앙회와 노량진 육교 위에서 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