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등 “친일파 기념 동인문학상 폐지해야”
조해진 소설가에 동인문학상 수상거부 요구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친일파기념상 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한 새로운 문학상 인동문학상 발표 기자회견'. 사진=민족문제연구소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친일파기념상 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한 새로운 문학상 인동문학상 발표 기자회견'.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뉴스클레임] 올해 53주년을 맞은 동인문학상 폐지와 수상 예정자의 수상 거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시민주권운동중점, 한국작가회의 등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인 조해진 소설가에게 동인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인동문학상 수상자가 돼달라”고 말했다.

동인문학상은 소설가 김동인을 기리기 위해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문학상이다. 그러나 김동인은 2009년 친일인명사저에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인동문학상’은 동인문학상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앞뒤를 바꾼 말이면서 역경을 이겨낸다는 뜻의 중의적 명칭을 지니고 있다. 이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시민 658명이 참여한 공모전을 통해 제정됐다.

이들 단체는 이번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인 조해진 소설가에게 동인문학상 수상을 거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친일파를 기념하는 행위는 친일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친일이 작은 문제인 것처럼 축소한다. 특히 김숨이나 김영하처럼 독립운동 혹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그린 작가에게 상을 준다는 점에서 본 상은 악질적”이라며 “동인문학상은 종신 심사위원의 문학권력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정체성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일파 기념 문학상을 아무도 받지 않으면 그 상은 존재할 수 없다. 자연히 멸종하게 된다”며 “동인문학상이 폐지되더라도 인동문학상은 윤리적인 고민, 철학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문학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소설가를 향해선 “동인문학상을 거부하고 인동문학상의 수상자가 돼주길 바란다. 독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작가로서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켜주고, 작가의 윤리의식을 믿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국회의원.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국회의원. 사진=민족문제연구소

기자회견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국회의원(광주 광산구갑)은 “문학계에 있어서 친일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동인 작가와 관련된 동인문학상을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문학인들에게 수상하고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동인문학상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친일의 잔재이다”라고 비판했다.

문학계 부조리를 다루고 있는 이민우 연구가는 “동인문학상은 특정 집단의 문학계 내 권력투쟁을 위해 그들을 띄우고 권위를 얻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 친일 문제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행위로서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 과정이 작가들의 문학관과 가치관을 왜곡시키는 데 있다. 문학계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친일파기념상 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한 새로운 문학상 인동문학상 발표 기자회견'. 사진=민족문제연구소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친일파기념상 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한 새로운 문학상 인동문학상 발표 기자회견'.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다음은 성명서 전문.

동인문학상은 친일파 기념상으로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문학상입니다. 1955년에 소설가 김동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입니다. 김동인은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는 등 일제를 찬양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글을 쓴 대표적인 친일 문인입니다. 2009년에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그의 친일 활동을 반민족행위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은 올해로 53번째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 수상자는 조해진 소설가입니다. 

동인문학상은 매해 11월 말에 최종 후보자 수상식을 엽니다. 

문학상은 문인의 문학적 명성을 유지하고 확장시킵니다. 친일파를 기념하는 행위는 친일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친일이 작은 문제인 것처럼 축소합니다. 특히 김숨이나 김영하처럼 독립운동 혹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그린 작가에게 상을 준다는 점에서 본 상은 악질적입니다. 동인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친일파 김동인의 이름이 들어간 동인문학상을 조선일보문학상 등으로 변경해달라는 시민사회의 반복된 요청에 여태까지 거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상을 폐지하는 것보다 더 쉬운 명칭 변경임에도 응하지 않은 것입니다. 친일 문인을 기념하는 다른 문학상은 이미 동인문학상과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친일파 김기진을 기념하는 한국일보의 팔봉비평문학상은 2022년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고 친일파 서정주를 기념하는 중앙일보 미당문학상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동인문학상만이 유일합니다.

문제는 이 상이 권위를 가지고 문학계와 그 독자들에게 꾸준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인문학상은 종신 심사위원의 문학권력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정체성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습니다. 더욱 이런 상에 작가들 역시 권위를 부여합니다. JTBC의 인기방송 비정상회담에서 김영하 작가는 ‘자신이 받았던 상 중에 제일 좋았던 상’으로 동인문학상을 이야기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아픔과 독립운동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 “검은 꽃”으로 동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는 멕시코 대사에게 받은 축사를 회상하며 ‘보람이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기를 써서 평화 운동가로 이름을 얻은 김숨 작가 역시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이 아이러니에 대해 언론사 등이 인터뷰를 요구하자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문학상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동문학상입니다.

조선일보는 매해 친일파 기념문학상인 동인문학상 후보를 미리 공개하고 이들 중 하나에 상을 주고 있습니다. 매해 6명에서 4명의 후보가 공개됩니다. 저희는 이 후보들을 인동문학상 후보로 삼아 동인문학상 거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고자 합니다. 친일파 기념문학상을 거부했을 경우 인동문학상을 드릴 예정입니다. 

긍정적 에너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합니다.

저희는 지난 11월 3일부터 9일까지 시민 공모전을 통해 50여 개의 문학상 이름을 받았습니다. 시민 658명이 참여했고 그 시민들의 선택으로 동인의 역어이기도 하면서 역경을 이겨낸다는 뜻의 중의적 명칭인 인동(忍冬)문학상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조해진 소설가에게 요청합니다. 동인문학상을 거부해주십시오. 인동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독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작가로서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켜주십시오. 작가의 윤리의식을 저희가 믿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친일파 기념 문학상을 아무도 받지 않으면 그 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자연히 멸종하게 되는 셈입니다. 

동인문학상이 폐지되더라도 인동문학상은 윤리적인 고민, 철학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문학상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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