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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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때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을 일하고 일이 적을 땐 '한 달 제주 살기' 등 충분히 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장시간 근로'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답답하고 분노스러운 사람들은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이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 노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회가 달라지기를 바라며 싸움을 이어온 이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유가족이 들려주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문제, 심각성 등을 <뉴스클레임>은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했다. 편집자·주

IT업계는 특성상 장시간 노동을 한다. 평일 오후 6시 퇴근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자정을 넘긴 퇴근이 일상이다. 어쩌다보니 주 7일 책상 신세가 돼버렸다.

최근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자 IT업계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주 52시간 제도 아래서도 과도한 야근에 시달리는데, 근무 허용시간이 늘어날 경우 '크런치모드(초장시간 노동)'로 인한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유가족·전문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스티유니타스 고 장민순씨 언니 장향미씨도 "주 52시간 상한제에서도 과로사가 속출하는데 연장 노동시간 제한을 늘리는 게 어떻게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고 장민순씨는 인터넷 강의업체인 에스티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시달리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일했던 업체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사업장이었다. 에스티유니타스에 입사한 첫해와 이듬해인 2015년, 2016년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월 연장근로 69시간과 야간근로시간 29시간'을 미리 약정한 포괄 임금이 산정돼 있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과로사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질병 발병 전 12주 평균 업무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이다.

장씨는 "유명 IT 대기업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왔던 사업장이었다. 노조의 출현과 여론의 비판 속에서 지난 2018년 자체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며 "그러나 일부 대기업의 사례일 뿐, 여전히 대다수의 IT기업에서는 포괄임금제를 남용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과로와 공짜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편안의 연장근로시간 상한이 주 69시간인지 주 60시간인지는 일단 둘째치더라도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는 것이 지금과 같은 근로환경에서 가능한 것인지,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일하는 사람의 건강에 좋을지 의문이다"라고 짚었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물음표를 띄운 그는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도입을 논하기 전에 오랫동안 기업들이 악용해 온 포괄임금제를 전면 폐지해 공짜 야근 관행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노사가 서로 대등한 힘을 가지지 못한 현 상황에서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노동시간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포장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길 원한다면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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