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때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을 일하고 일이 적을 땐 '한 달 제주 살기' 등 충분히 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장시간 근로'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답답하고 분노스러운 사람들은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이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 노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회가 달라지기를 바라며 싸움을 이어온 이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유가족이 들려주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문제, 심각성 등을 <뉴스클레임>은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했다. 편집자·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분기 단위로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유연근무제를 보며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 듭니다."
지난달 28일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주제로 유가족과 전문가가 참가한 기자간담회에서 한선범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그는 택배노동자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꿈인 '주5일제'가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의 시도로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한때 과로사가 빈발하던 시기 노동시간은 주 70~72시간 가량이었다. 주 6일간 매일 12시간씩,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8~9시에 퇴근해야 나오는 수치다. 주 5일로 하면 매일 14.5시간씩, 오전 7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근무해야 나오는 수치다.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까지 일하는 게 기본이었다. 물량이 많은 날이면 새벽 1~2시까지 배송하고 오전 7시에 출근해야 했다. 저녁없는 삶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고, 일주일 중 1~2일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상황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오전 분류작업 시간이 매일 2시간, 주 6일 12시간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물량도 다소 줄어들어 현재는 평균 노동시간이 주 60시간 이내로 들어온 상태다.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과로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한선범 정채국장은 "2022년 이후 7~8건의 과로사 의심 사건이 보고되고 있고, 그러한 경우 중에는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55시간 가량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합의로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주 60시간 이내로 들어왔지만, 이를 통해 이뤄진 건 1년도 안돼 22명이나 과로사하는 심각한 상황이 진정된 것 뿐"이라며 "'집단 과로사 사태'를 피한 것이지, 여전히 과로사 위험이 남이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노동자들이 충분히 쉬기 위한 기준이나 노동자들이 저녁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4주간 주 64시간'이라는 산재에서의 직업병 인정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선범 정책국장은 "우리 사회는 과로 사회이다. 연장근무, 공짜노동은 기본이고 투잡, 쓰리잡 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이번 개편은 과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가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답한 꼴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에 질문을 던졌다. "저는 역으로 정부에 '죽지만 않으면 다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