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부실공사 119' 신고 내용 살펴보니
"입주예정자 요청 시 우중타설 작업구간 콘크리트 강도 측정해야"

[뉴스클레임]
입주를 앞둔 한 신축 아파트 현장. 복도에는 신발이 젖을 정도로 물이 고여 있다. 옥상 상황도 마찬가지다. 첨벙거릴 정도로 물이 고여 있는 옥상 모습에 설렘보단 걱정부터 든다. 벽 역시 갈라져 누수가 생겼다. 곰팡이는 덤이었다. 입주 예정자들은 신축 아파트가 가릴고 물이 새 분통을 터트러렸다.
실제 우중타설을 한 다음날 바로 갱폼을 인양해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채우지 않았거나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반죽 질기를 측정하는 슬럼프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우중타설을 강행하는 부실공사 신고가 접수됐다.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로부터 제보 받은 부실공사 현장을 일부 공개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9월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부실공사 119'를 개설해 관련 신고를 받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문제가 된 ▲우중타설 ▲양생 기간 미준수 ▲지지대 조기 해체 등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대책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건설노조는 "입주 예정자들은 자신들이 살 공간의 콘크리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노동자들은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현장에서 무리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비가 오면 우중 타설 사진과 영상이 신고되고 있다고 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기도의 일강수량은 36.6mm였는데 이날 타설이 있었고, 다음 날 '갱폼'이라는 대형 거푸집을 벽지에서 떼어내 위층으로 올리는 현장이 신고됐다. 지난달 19일에도 경기도의 일강수량은 24.136.6mm였는데, 신푹 아파트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있었다. 여기서도 갱폼 인상 작업이 타설한 지 12시간 이내에 진행됐다.
건설노조는 "아파트처럼 지상 1층부터 꼭대기까지 같은 모양으로 짓는 건축물에는 갱폼에 맞춰 콘크리트를 붓고 틀대로 굳게 한다. 콘크리트가 다 굳으면 갱폼을 떼어내 그 위층에서 다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한다"며 "신고 현장에서는 빗속에 타설을 하고, 다음 날 바로 갱폼을 인양했다. 이렇게 되면 콘크리트 양생이 덜 돼 있어 제대로 굳지 않아 질척거리고, 표면이 퍼석퍼석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콘크리트가 덜 굳은 상태에서 갱폼을 인양하게 되면 측벽에 하중부담이 생기고, 균열이 갈 수 있다. 균열이 생기면 아파트 건축물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침수나 누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양생 기간 미준수 ▲지지대 조기 해체 등을 콘크리트 강도 관련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하는 '갱폼 제작 및 사용안전 지침'을 보면, 원래 '갱폼 해체작업은 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한 양생기간이 지난 후 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2006년부터 이 압축강도 기준이 빠져버렸다.
건설노조는 "'충분'의 기준은 양생 기간과 강도여야 하고 또 구체적이어야 한다. 반면 기준이 '충분'으로 애매하다보니 시간이 돈인 현장에서는 공사기간에 따라 '충분'의 기간이 달라진다. '부실공사 119' 신고 내용을 봐도 이 같은 상황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콘크리트 강도 발현을 담보하려면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를 넘어선 종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콘크리트 관련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없도록 감리 기능을 철저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최소한 공공공사 현장에서는 '공공감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중타설 시 콘크리트 강도 발현에 대해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을 인허가기관의 장이 적극 받아들여서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 '품질'에 대한 기준도 명백하고 알기 쉽게 공지해야 한다. 또 콘크리트 타설 관련 작업이나 시험 등 강도와 관련돼서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토교통부의 근본적이고 책임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어광득씨는 "부실시공이 사라질 수 있도록, 입주민들의 알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어씨는 "아파트가 무너진 후에도 우중타설 문제나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 굳지도 않은 콘크리트를 무리하게 해체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봤다"며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뒤 대책 마련도 지지부진해 갈 곳이 없는데, 아파트 안전진단을 했더니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나오기 힘들다는 D등급이 나와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에서 어떤 불법과 부실이 판을 치는지 모르고 입주하는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보호 대책을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입주민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