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해파랑길 11코스는 월성원자력발전소 남쪽의 나아해변에서 문무대왕 수중릉이 보이는 봉길해변을 지나 감포항까지 바닷가를 떠나지 않는 17.2km의 길이다. 나아해변에서 문무대왕암 해변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 걷는 거리는 감포항까지 약 11km이다. 문무대왕수중릉과 주변의 감은사지, 이견대 등을 살펴보고 나서 멋진 바위와 분위기 있는 바다를 즐기는 길이다.

해파랑길 도보여행을 시작하면서 3박 4일 일정으로 3코스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2박 3일 동안 3코스를 걷기로 했다. 이제 11월에 접어들어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첫날 오전에 나아해변에 도착해 잠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철 지난 바닷가와 거기에 기대어 살던 마을엔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다. 겨우 식당 찾아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문무대왕암 해변으로 향했다.

문무대왕암 해변의 분위기도 나아해변과 다르지 않았다. 해변에 열댓 명의 관광객이 걷고 있었고,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았다. 바닷가에서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문무대왕수중릉의 바위는 가물가물했다. 문무대왕릉에 관해 설명해 둔 현판을 읽는 새에 사람들이 떠나고 바닷가는 다시 텅 비었다.
태종무열왕 시대에 신라는 당과 연합해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태종무열왕 사후 직계 아들이 왕위에 올랐다. 문무왕이다. 이후 8대째 직계자손으로 왕위가 계승되면서 120년 동안 신라의 정치가 안정되었다. 문무왕은 21년간 재위하며 고구려까지 평정하고 남아 있던 당 세력까지 몰아내어 삼국통일을 완성했다.
문무왕은 ‘내가 죽은 뒤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해 동해에 장사지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뜻에 따라 아들 신문왕은 문무왕을 바다의 큰 바위에 장사지냈는데 그 바위가 이곳 봉길해변의 문무대대왕암이다. 어렸을 적 역사, 나라 사랑과 관련해 잊히지 않을 만큼 많이 들은 이야기다.

자연 바위인 대왕암에는 사방으로 물이 들고 나는 물길이 있는데, 잔잔하며 바닷물이 동쪽에서 들어와 서쪽으로 나간다고 한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 넓적한 거북 모양의 돌이 덮여 있고 그 안에 문무대왕의 유골이 묻혀 있을 것이라 한다. 해변에서는 멀리 바위만 보이니 듣고 읽은 내용으로 상상만 할 뿐이다.
문무대왕암과 관련해 인근에 있는 또 하나의 유적이 감은사다. 지금은 절터와 석탑만 남아 있다. 문무왕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문무왕이 왜구 진압을 위해 감은사를 창건했지만 끝내지 못하고 죽었으며, 이어 즉위한 신문왕이 공사를 끝냈다고 한다. 이 감은사의 금당 섬돌 아래에는 용이 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동쪽을 향한 구멍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문무왕을 장사지낸 뒤 1년 후인 682년 대왕암에서 바다의 용이 나타나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주었고 바위섬에서 자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해서 이를 따랐는데 그 피리가 만파식적 萬波息笛이다. 용이 나타난 곳이 이견대다.

해파랑길은 대왕암 바닷가에서 감은사지를 거쳐 산길을 따라가다 내려와 이견대를 지나게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감은사지를 가지 않고 이견대 아래 해변 길을 지난다. 길 표시를 따라가다가 바닷가에서 이견대 있는 곳을 알려주는 표식을 보았지만, 이견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고 말았다.

이견대 근처에서 멀리 있는 대왕암을 다시 바라보고 부지런히 걸었다. 바닷가 길은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때로 보이는 소나무는 홀로 있어도 씩씩하고, 바위는 웅장하다.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나타나는 조용한 마을이 있어, 걷는 길은 늘 새롭다.

걷다가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를 만났다. 가곡제당의 당산나무다. 이중 할배소나무의 나이는 400년으로 추정되는 거목이고 할매소나무는 이보다 작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해마다 음력 6월 1일 동제를 지내고, 어선도 바다에 나갈 때 안전과 풍어를 기원한다. 바닷가 사람들에게 여전히 바다는 녹녹하지 않은 생활 터전이다.
아직도 해파랑길을 안내하는 리본과 스티커를 찾아 걷기에 익숙해지지 않았고, 연이어 나타나는 나무와 바위에 눈길을 빼앗긴 채 바닷가를 걷다 보니 저 위 도롯가에 둥근 철조망이 보인다. 군사작전구역을 알리는 표식도 있다. 돌아 나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갇혔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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