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등록금을 보니 공부를 오래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실로 체감됩니다. 학비가 이미 너무 비싼데도 등록금 인상을 언급하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처사입니다. 등록금 인상은 학부생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에게도 굉장히 부담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1일 서울여자대학교 행전관 앞에서 열린 '서울여자대학교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 피켓팅'에서 울려퍼진 대학생의 호소였다.
그가 마이크로 목소리를 전한 건 학교 측이 '학부생 들록금 4.4% 인상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 사전 면담에서 기획예산팀은 '학부생 등록금 4.4% 인상안'을 제시했다. 17일 진행된 사전 면담에서도 '4.4% 인상안'을 주장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학부생 등록금이 4.4% 인상되면 인문·사회 계열은 연간 30.7만원, 자연·체육 계열은 36만원, 수학 계열은 34.6만원, 미술 계열은 42만원이 추가로 부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록금 인상은 학부생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에게도 부담스럽다. 자신을 서울여대 대학원을 다닐 예정인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주변에 대학원생 분들이 있는 경우, 그들이 모두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나. 만약 돈이 많았다면 등록금 충당을 위해 학과 조교 일을 하지도, 알바를 하지 않은 채 편하게 공부에만 집중하며 대학원에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대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 아니냐고, 대학만 나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위가 높아져도 취업이 어렵고, 생계 유지를 위한 급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전공을 살린 최소한의 취업을 위해 대학원을 다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비가 이미 너무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언급하는 건 잔인한 처사다. 저는 학부 졸업 후에도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제가 꿈꾸는 일을 현실로 이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서울여대 등록금 의존율은 2023년도 기준 55.7%로, 학교 재정을 운영하는데에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적자를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면서 "학교의 재정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등록금을 인상할 것인가. 그렇게 오른 등록금이 물가가 안정된 뒤에 인하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등록금 인상은 최악의 선택이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학교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제1순위가 '등록금 인상'이어서는 안 되고, ‘학교와 학생들이 같이 힘을 합쳐서 노력하자’는 말 뒤에 ‘그러므로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하겠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등록금 4.4% 인상안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2025 등심위 학생요구안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생 832명 중 96.6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등록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58.7%,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3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학생회는 "대학생들은 이미 값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밤낮을 지새우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식비와 삶의 질을 깎아가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라며 "과연 학교는 등록금을 올리기 전, 등록금 의존율을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학교와 학생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은 교육부와 정부에게 목소리를 높일 때 하는 말이지, 등록금 인상안을 꺼내며 해야 할 말이 아니다"라며 "다른 학교들이 다 올리니 우리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은 그만 둬야 한다.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대학가에 등록금 인상의 바람이 분다고 해 학교가 따를 이유는 없다. 등록금 인상은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것을 시도한 이후에 진행되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