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월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 20명

[뉴스클레임]
화성의 한 리튬전지 공장에서 벌어진 화재 참사는 단순한 인재가 아니었다.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한 이주노동자, 빠져 있던 대피 매뉴얼,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 이윤 아래 희생된 생명들은 산업 현장의 민낯을 드러냈다.
작년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었다.
당시 아리셀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총 103명이었다. 이 중 정규직은 50명, 나머지 53명은 메이셀 등을 통해 공급받은 파견·일용직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불법 파견 상태였다는 점이다.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 메이셀은 파견업 허가조차 없는 제조업체였고, 아리셀과 도급계약서도 없이 인력만 공급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메이셀은 소속 노동자들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3동 2층의 구조는 그 자체로 덫이었다. 작업장에는 출입구 외에 다른 비상구가 없었다. 그마저도 화재가 난 리튬전지 보관 장소 바로 뒤에 있어 불길을 뚫고 가야 했다. 더 잔인한 것은 비상구로 가는 길목에 정규직만 열 수 있는 보안 장치가 달린 문이 있었다는 점이다. 일부 문은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고, 통로는 적재물로 막혀 있었다.
"이틀 전에도 불이 났어요." 사고 이틀 전인 6월 22일 오후, 공장 2동 1층에서 이미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리셀은 이를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수습했다.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한 결과가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사고 20일 전부터 약 2800개의 전지에서 발열 현상이 확인됐다. 불량률은 4월 2.2%에서 6월 6.5%로 치솟았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이미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고, 육군본부는 2022년 공문을 보내 안전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모든 경고는 무시됐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올해 1~3월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는 20명으로 14.6%에 달했다. 지난해(10.4%)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7월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강화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에 맡기고,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우는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되고 있다.
아리셀 참사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시스템이 만든 살인이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아들이 아리셀 경영자"라고 말한다. 우리는 묻는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고, 얼마나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는가.
1년이 지났다. 아리셀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23명의 노동자,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