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살해 및 여성폭력 종합대책 마련 촉구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의무체포주의’ 도입 등 요구"

[뉴스클레임]
최근 전국에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며 국가의 여성 보호 시스템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모두 사전에 신고했거나 보호조치를 받았던 상황이었음에도 끝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9일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됐다. 조사 결과 피해자 관련 신고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4건이 접수됐다. 재물손괴, 주거침입 등으로 신고됐고, 지난달에는 가해자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소란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 지급 등 보호조치를 안내했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법원에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28일 울산에서도 유사한 비극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지난 3일과 9일 피해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집 앞에서 서성거리는 등의 스토킹을 해 112에 신고됐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가해자에게는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했으나 범행을 막지 못했다. 20대 여성은 병원 주차장에서 30대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26일 의정부 용현동 노인보호센터에서는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였던 6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는 지난 3월과 5월, 7월에 피해 여성을 잇달아 스토킹해 신고당했다. 20일에는 피해 여성의 집 근처로 찾아갔다가 스토킹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연락 금지를 명령받고 석방됐지만, 석방 6일 뒤 피해자를 찾아가 끝내 살해했다.
여성폭력 엄중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는 "여성폭력에 동조하고 여성 살해를 방기하는 국가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분노하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은 3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반복되는 여성 살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명백한 국가와 제도의 실패"라며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포괄하고,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현재의 피해자 중심 보호조치에서 벗어나 모든 여성폭력 사건을 입건하고 가해자를 격리하는 '의무체포주의' 도입도 제안했다.
또 "위험성을 판별할 능력이 없다면 모든 여성폭력 사건을 입건하고 가해자를 격리하는 의무체포주의를 도입하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제대로 모니터링조차 되지 않는 현행 피해자 보호조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제안해 온 해묵은 과제들을, 이제는 반드시 시행하라.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여성폭력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해야 한다. 우리는 여성폭력에 동조하고 여성 살해를 방기하는 국가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