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 없는 현장에 반복되는 죽음
노동계 "노동 사각지대 대책 시급"

[뉴스클레임]
올 여름, 연이은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8일까지 누적 122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2.5배 많고, 사망자는 2.7배 증가했다. 지난 7월 8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238명이나 발생했다.
이러한 폭염 속, 대형마트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고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는 카트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노동자가 폭염 속 야외 근무 중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와 시민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병원에서 숨졌다.
해당 사고 오후 9시 30분경 발생했다. 당시 기온은 27.5도, 습도까지 높아 체감 온도는 매우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주차장 온도는 34도 안팎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카트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가진다고 하지만, 반복되는 작업과 부족한 냉방 설비, 실제로 쉴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보장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이와 유사한 사고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지난 2023년, 수도권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 폭염 속 카트 정리 및 주차 업무를 하던 30대 남성도 실외 주차장에서 근무 중 쓰러져 숨진 바 있다. 당시 부검 결과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밝혀지면서, 폭염이 노동자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처럼 실질적 보호 장치가 미비한 대형마트 주차장 내 카트 정리 업무는 폭염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반복되는 산재 사고와 현장 개선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노동계는 폭염 속 안전대책이 권고 수준에 머물러선 현장 개선이 어렵다면서 더 실질적인 보호 장치와 명확한 지도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매 작업 2시간에 20분 휴식 폭염 예방 규칙’을 통과한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기는 하지만, 마냥 환영만 할 수는 없다"며 이미 역대급 폭염으로 경북 구미 건설현장에서 20대 청년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마트에서 카트작업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고, 폭염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들 소식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를 향해 "현 폭염 규칙의 즉각적인 시행과 함께, 현 규칙에서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폭염 규칙 조항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에게 폭염 규칙이 확대 적용돼야 한다. 또 폭염, 폭우시 작업중지권 행사와 소득보전 등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제도만 가지고는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현장 감독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설, 급식, 물류, 조선, 택배, 배달, 설치·수리, 이동.방문업종, 작은사업장 등 고위험 사업장과 업종에 대한 폭염 현장 감독과 지원,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며 "폭염은 심각하고 치명적인 재난이다. 예외없이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은 대형마트 측에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마트에서 시원하게 쇼핑하는 동안, 누군가는 찜통 같은 주차장과 실외에서 우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 매장을 이용하다가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하시는 분들이 땀을 흘리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마트 측이 적극적으로 일선 직원 건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일부는 “안전장비와 냉방기기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소비자들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