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해도 아이 낳는다” 인식 확산에도 법률·복지 현실은 불일치

[뉴스클레임]
비혼 출산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를 넘어섰지만, 한국의 사회제도는 여전히 ‘0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의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이 변화에 비해 법과 정책의 대응은 터무니없이 느리다는 현장 목소리가 쏟아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23만8,300명 중 비혼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가 1만3800명으로 전체 5.8%를 차지했다. 10년 전 2%대였던 비혼 출산율이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전체 출생아 증가분 8300명 중 36%가 비혼 출산에서 나왔다.
여성 한 명당 출산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비혼 출산 증가의 배경에는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있다. 2008년 관련 조사에 21.5%에 불과했던 긍정 응답 비율은 2024년 37.2%로 대폭 높아졌다.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는다”는 전통적 시각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여전히 비혼 출산 가족을 보호하는 데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과 ‘비혼출산지원법’ 같은 법률안들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이들 법안은 사실혼과 동거 가족의 법적 인정, 비혼 여성에 대한 난임 치료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했다.
서울 마포구의 김혜진(37) 씨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기로 했는데, 난임 시술 과정에서 병원 거부를 경험했고 산후조리원에서도 ‘가족 구성원’ 질문 때마다 당황했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비혼 여성 난임 환자들이 차별당하는 일이 적지 않으며 보험 적용 문제와 육아휴직 등 복지 사각지대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 전통적 가족 모델인 ‘기혼부부+자녀’ 구도가 무너지면서, 출생 신고, 보육·교육, 의료, 세금, 복지 등 사회적 시스템 전반에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 비혼 출산 아동들은 부계 출생 신고 문제, 각종 지원 서비스 접근 어려움, 심리·사회적 낙인에 직면한다. 기존 가족 정책이 기혼부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1인 가구, 비혼 동거 가구 등 다변화된 가족 형태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생 신고 절차 간소화 및 친권·양육권 명확화 ▲난임 시술 및 의료·복지 지원 확대 ▲사회 인식 개선과 차별 금지 정책 ▲다변화된 가족을 반영한 정책 재설계 등과 같은 제도 개선이 시급한다고 제언한다.
김혜진 씨는 “난임 시술 때마다 병원 관계자의 시선이 불편했고, 산후조리원에서 가족 구성원에 관한 질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비혼 가족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법적 차별에 노출돼 있어, 공공정책이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