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이 쓴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이다.
로자샤안이라는 여성의 가족이 홍수와 폭우를 피해서 언덕배기에 있는 헛간으로 들어갔다. 로자샤안은 고생 때문에 아기를 사산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족은 로자샤안부터 상자 위에 눕도록 했다.
컴컴한 헛간에는 2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50살쯤 된 남성과 그의 어린 아들이다.
남성은 6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배가 고픈데도 아들이 어렵게 구해온 빵을 먹지 못하고 그대로 토하고 있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기력을 잃은 것이다.
남성에게는 국물이나 우유 같은 ‘마실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그런 음식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로자샤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할게요.”
로자샤안의 말에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었다.
“난 네가 그렇게 할 줄 알았다.”
로자샤안은 멍하게 뜨고 있는 남자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자신의 한쪽 젖가슴을 드러냈다.
“이걸 빠세요. 그래야 해요.”
남성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지만 로자샤안은 설득했다. 기력이 없어서 빵조차 씹을 수 없는 남성에게 자신의 ‘모유’를 먹도록 한 것이다.
로자샤안 역시 굶주리고 있었다. 배고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기를 사산하는 바람에 젖이 불어서 모유는 나눠줄 수 있었다.
그 남성이 우유가 아닌 로자샤안의 모유를 마시고 삶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스타인벡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로자샤안의 모유는 사랑과 인정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모유였다. 독자들을 숙연해지도록 만드는 모유였다.
이렇게 소중해야 할 모유가 21세기 미국에서 공공연하게 매매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디빌더들이 모유를 ‘프리미엄 단백질 보충제’로 마시기 시작하면서 구매층이 다양해졌고, ‘모유 장사’로 돈을 버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모유는 미숙아 등을 위한 기부나 소량의 판매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드라이아이스로 ‘냉동’해서 전국으로 배송하는 사업으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는 보도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사업자’도 생겼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모유를 100kg이나 판 여성도 있다고 한다. 모유 판매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한 산모도 있다고 했다.
‘모유 장사’는 멜라민 파문으로 불안감이 높아졌던 중국에서 성행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모유 매매사업’이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는데, 제공자는 대체로 출산 1년 미만의 20∼30대 젊은 여성이라고 했었다.
그랬던 모유 거래가 이제는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위대한 나라(MAGA)’로 만들겠다는 그 미국이다.
‘분노의 포도’는 미국 대공황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오늘날 스타인벡이 다시 태어나서 ‘모유 장사’를 보면 뭐라고 할까. 어쩌면 ‘분노의 포도’를 집필하던 때처럼 ‘분노’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