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90%는 미국이”…정부, 불합리한 요구에 기한 연장·안전장치 고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거부로 무산됐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거부로 무산됐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뉴스클레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에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현금 투자를 요구하며 협상 교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투자금 대부분을 직접 현금 출자 형태로 집행하길 원하고, 투자 대상 선정권과 수익 배분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조건은 투자 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고, 회수 이후에는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이 지난 4일 미국과 양해각서를 통해 5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내고 투자처 선정권을 미국에 넘긴 것과 유사하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 등 실리를 챙겼지만, 현지에서도 “주권 침해”와 “미국식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과 재정 위험 분산을 위해 투자기한 연장, 연도별 한도액 설정,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마련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추가 협의를 거부하며 직접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3500억 달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84%에 해당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미국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기업 투자 방식으로 분할하거나 EU 방식의 펀드 조성 구조로 변환하는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최악의 경우 25% 상호관세를 일시적으로 감내하는 선택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최석영 원장은 “국민에게 미국 측 요구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기업 투자 중심으로 장기 분산 출자 등 협상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투자 압박과 수익 독점 요구에 한국 정부는 쉽사리 합의 문서 서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실은 “국익 지키는 선에서 방어적으로 협상 중이며, 부당한 조건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관세 협상은 당분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불합리한 요구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신중한 대응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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