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한미 통상 불확실, 투자·물가·주식시장까지 충격파
수입물가·해외 소비지출 급등, 기업·가계 환차손·비용불안 현실로

[뉴스클레임]
‘환율 1400원 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다시 진입한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흐름이다. 달러 강세, 한미 통상합의 후속 협상의 난항,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시장의 경고등이 크게 켜졌다. 높은 환율은 당장 국민과 기업의 삶 속 깊숙이 직접적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9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409원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식으며 달러 가치가 오르고, 한미 간 관세 협상까지 지연되는 복합 리스크 탓이다. 관세 이슈로 인한 기업의 대미 투자 부담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 심리는 위축되면서 자금 유출 압박도 더해졌다.
환율 급등 여파는 곧바로 수입 가격과 생활물가로 이어졌다. 8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 수입 원자재, 에너지, 중간재 및 소비재까지 가격이 동반 인상돼 제조업과 내수 유통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다. 생활 현장에서는 식탁물가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뚜렷해져, 한국은행은 환율발 생활물가 충격이 점차 소비자들에게 체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일부는 높은 환율 덕에 수출 채산성이 나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예측을 벗어난 급격한 상승세에 경영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사이에서는 수입 원자재와 해외 결제 비용, 대미 투자비 급등이 경영 계획 전체를 흔들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주요 대기업 10곳 중 절반 이상이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해 사업계획을 세웠으나, 현실은 1400원대에 고착되며 환차손과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여행·유학 비용도 영향권에 들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환전 비용이 치솟고, 외국 유학이나 해외직구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주식 투자금 회수, 즉 외화 유출이 확대될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주식시장 역시 주가 변동성이 강화되는 등 불안감이 띠를 이룬다.
시중은행 외환전문가는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된 배경에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대외 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다”며 “당분간 뚜렷한 하락세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 모두 환율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