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중’ 청년 43만5000명, 16개월 고용률 하락
자기계발, 또래 상담, 사회 연결망의 회복 노력

취업을 멈춘 청년들의 선택 뒤에는 좌절과 불안, 반복된 탈락의 상처, 상담·자기계발을 통해 사회 속 의미와 삶의 방향을 다시 찾아가려는 분투가 녹아 있다. 뉴스클레임DB
취업을 멈춘 청년들의 선택 뒤에는 좌절과 불안, 반복된 탈락의 상처, 상담·자기계발을 통해 사회 속 의미와 삶의 방향을 다시 찾아가려는 분투가 녹아 있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계속 아르바이트만 했어요. 정규직은 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된다고 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직면하다 보니 이렇게 힘들게 고생할 바에야 그냥 쉬는 게 낫겠다 싶었요.” 올해 초부터 이력서 제출을 단념한 채 ‘쉬는 중’이라는 29세 한 청년이 조심히 털어놨다.

프리랜서 전향을 준비하던 31세 이모 씨도 회사를 그만두고 당분간 휴식을 택했다. 그는 “첫 직장만 해도 더 좋은 곳으로 옮기면 환경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직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이제는 직장에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져서 다시 회사를 선택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15~29세 ‘쉬었음’ 청년은 43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1년 전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30대 역시 32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16개월 연속 청년고용률은 하락(45.1%), 취업준비생의 좌절과 장기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5년 실태조사에서는 쉬는 청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 교육·자기계발(35.0%), 번아웃과 탈진(27.7%), 심리·정신적 문제(25.0%) 등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 중 77.2%는 '쉬었음' 기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은 줄고, '힘든 시간'·'구직 의욕 저하'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늘어났다. 

그러나 일부 청년은 쉬는 기간을 통해 자기계발과 사회적 관계 복원을 경험했다고 밝히며, 자조모임이나 또래 상담으로 재기의 계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구직의욕이 꺾여서 쉬는 것만도 아니다. 29세 권모 씨는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다가 면접마다 번번이 떨어지니 건강도 심리도 다 무너졌다. 일단 쉬면서 상담을 받으니,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니라는 위로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쉬는 몇 달 동안 자격증 강의를 듣고, 자조모임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새 방향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5년째 쉬고 있다는 장모 씨는 “본가로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던 중 또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전엔 성공과 비교에만 매달렸지만 이제는 천천히 나를 돌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구조적 고용 위기와 심리적 번아웃, 장기 비경제활동 확산의 복합 결과라고 진단한다. 

청년고용 전문가는 “이제 청년 실업과 장기 ‘쉬었음’ 문제는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 노동시장 진입장벽, 취업 후 직장 적응 지원 등 맞춤형 접근이 필수다"라며 "단순 재취업이 아닌 자존감 회복, 사회 연결 강화, 정책적 안전망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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