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권리,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환기시설·인력충원 대책 국회 계류, 현장은 ‘검토 중’만 반복

[뉴스클레임]
지난 1일, 국회 앞 인도는 다시 한 번 분향소와 참담함으로 가득 찼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학교급식실 노동자가 폐암 산재로 세상을 떠났다.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명절의 의미는 추모와 절규로 바뀌었다.
이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은 까만 현수막 아래 15번째 산재 사망자를 애도했다. 추석을 앞두고 마련된 이 임시 분향소에는 ‘폐암 산재 사망자 추모’라는 문구와 함께 하얀 국화,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침묵 속에서 “명절이 오히려 두렵다”는 절절한 심정을 드러냈다.
충북의 한 고등학교 조리실무사로 일했던 민모씨(59)는 올해 6월 X-ray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뒤 8월 폐암이 확진됐고, 치료를 받던 중 9월말 생을 마감했다. 23년 간 아이들의 밥상과 급식실을 지켜왔으나 마지막 명절을 앞두고 동료들의 추모만 남았다.
문제의 핵심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에도 불구, 근본적 대책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환기시설 개선, 인력 충원, 노동환경 대책을 내걸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행되지 않았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학교급식법 개정안도 통과가 지연되며, 노동자들은 고강도 위험노동과 인력 결원 문제에 시달린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인용 본부장은 “정부가 산재 사망 근절을 내걸었으나 현장에서는 결국 또 한 명을 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대통령이 ‘직을 걸고 산재 사망 문제를 개선하라’고 지시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하루 120명 분량 식사를 1인 조리자가 떠맡는 사례가 아직도 남아 있으며, 교육당국과 노동부가 조리흄 등 유해물질 문제, 환기시설 기준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반복되는 산재 책임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충북지부장은 “올해 우리 지부에서 두 명의 동료를 연달아 장례식장에 보내야 했다. 동료를 잃은 슬픔과 남은 노동자들의 두려움이 점점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교육청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현장 노동자 실제 고통에는 귀를 닫는다"면서 "우리의 외침이 이번에 끝나길 바란다. 더는 동료의 영정을 국회에 들고 서지 않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간절한 호소처럼 학교급식실은 아이들 건강한 식사가 만들어지는 곳이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은 폐암 위험 앞에 생명을 잃고 있다. 때문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 요구이기도 하다. 명절 앞 국회 앞 분향소에 울려 퍼진 “죽음의 행렬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단지 외침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근본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는 올해도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