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독은 비준 대신 실리 선택… 한국만 ‘협상력 족쇄’ 논란에 빠진 이유

외교적 유연성을 위해 MOU 비준을 간소화하는 미국, 일본, 독일과 달리, 한국은 실무 양해각서까지 국회 비준 논란으로 협상력을 스스로 묶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외교적 유연성을 위해 MOU 비준을 간소화하는 미국, 일본, 독일과 달리, 한국은 실무 양해각서까지 국회 비준 논란으로 협상력을 스스로 묶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클레임]

한미 관세협상 및 투자 MOU(양해각서)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논쟁이 거세다. 정부와 실무진은 “비준 시 한국만 법적 구속력이 발생, 실질적 협상력을 스스로 묶는 결과”라고 우려한다. “권투선수에게 장갑 대신 수갑을 채우는 격”이라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구윤철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미국은 비준 없이 행정합의만 남기고, 한국만 의무를 뒤집어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타국 상황과 비교하면 한국민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뉴스클레임>이 해당 사안에 대해 타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한 결과 미국, 일본, 독일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외교협상 MOU를 유연하게 다룬다. 반면 한국은 매번 국회 비준 논란에 발목이 잡힌다. 이번 한미 관세 MOU 논쟁은 “비준이 국익 수호의 방패인가, 협상력 저하의 족쇄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Treaties(조약)만 상원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대다수 통상협상 MOU·행정협정은 대통령과 행정부 선에서 신속하게 체결·수정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극대화된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 체결한 대규모 투자 MOU, 한미 간 주요 협상들도 모두 국회 비준 과정을 생략했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세부 협상 내용을 얼마든지 변경하며, 행정부 동의만으로 전략적 수단을 최대한 확보한다.”

권기환 상명대 교수의 분석은 “미국식 유연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만 국제무대에서 불리해진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일본도 입법부 비준은 오직 국민 권리와 예산에 중대 영향을 주는 조약에만 적용한다. 미국과의 5500억달러 투자 MOU도 내각회의만 거쳤고, 후속 내용 조정이 자유로웠다.

독일은 한미 FTA처럼 구조가 방대한 경우만 연방하원·상원 이중 승인 절차를 밟는다. 대다수 부속 합의나 예산 관련 실무 각서는 내각이나 장관급에서 결정하며, ‘외교 현장의 탄력성’이 무엇보다 중시된다. 독일 법제처는 “공동체법상 예산, 간이협정 등은 효율적 집행이 우선”이라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국은 조약과 실무 양해각서 구분이 모호하게 다뤄져, 마치 모든 협상마다 국회 비준이 필수인 것처럼 원칙이 오용된다. 한미 FTA처럼 국민경제·권리에 영향이 명확한 경우는 당연히 비준이 필요하지만, 단순 실무 합의까지 일괄 적용하는 것은 외교 현장 자체를 경직시킨다.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히려 국회가 협상 결과에 대해 국익 판단, 감시·견제 중심으로 접근해야 외교의 실질이 산다. 비준은 예외적 상황에 쓰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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