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1927년 미국의 댄 거버가 이유식 사업을 시작했다. ‘거버 이유식’이다.
거버는 이듬해인 1928년, 건강하고 행복한 아기의 ‘삽화’를 공모했다. 응모작 가운데 ‘미완성 작품’이 있었다. 목탄으로 아기의 얼굴을 스케치하다가 그만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작품에는 “거버회사에서 생각하고 있는 아기의 나이를 감안해서 삽화를 완성해도 좋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거버는 그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그대로 ‘거버 베이비 홍보작전’에 사용했다. 거버 이유식 병에 있는 아기의 얼굴은 이렇게 등장했다. 그러니까, 미완성 작품을 홍보한 셈이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닮은꼴 홍보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 강 사업 홍보가 그랬다.
2012년 10월 열린 ‘금강 새물결 세종보 개방 축제 한마당’이었다. 장관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과 주민 등이 대거 참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4대 강 사업은 ‘미완성’ 상태였다. 16개 보(洑)는 99%, 준설공사는 96%, 전체 공정은 80%대의 진척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지막인 ‘달성보’의 개방은 11월 26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랬는데 한 달이나 앞당겨서 ‘빨리빨리 홍보’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치적’일 것이었다. 또는 ‘치적 조급증’일 수도 있었다.
이 ‘빨리빨리’를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때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하고 있었다. 계엄도 ‘빨리빨리’, 탄핵도 ‘빨리빨리’라고 보도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빨리빨리’를 알파벳으로 ‘palipali’라고 풀어주고 있었다. 영어로 ‘Hurry hurry’라는 뜻이라고 번역하고 있었다.
‘빨리빨리’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예외가 아닌 듯싶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외국 출장 가서 수상버스를 직접 타보면서 한강버스 사업을 밀어붙였다. ‘출퇴근 교통혁신’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잇따라 드러났다. 방향타 이상, 전기 계통 차질 등이었다. 결과는 정식 운항 열흘 만에 중단이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무탑승 시범운항’을 거쳐서 운항을 재개한 후에도 프로펠러에 로프가 감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주말인 15일 버스가 잠실선착장 인근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다가 강바닥에 걸려서 멈춰버렸다고 했다. 시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운 스카이라인’ 조성도 ‘빨리빨리’라고 할 만했다.
오 시장은 시내 곳곳에 고층건물 계획을 세웠다. 종묘 앞인 세운 4구역에도 고층건물이다. 그러면 스카이라인은 종묘 앞까지 확장될 것이다.
오 시장은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상황”이라며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도시의 흉물’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아지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종묘 앞 고층건축 사업이 사적 유물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본지 보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숨이 막히게 된다”고 했다.
‘정치적인 견제’라는 시선이 있지만, 오 시장의 ‘빨리빨리’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빨리빨리’가 견제를 ‘빨리’ 불러들이는 효과를 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고 했다. 일을 서두르면 오히려 망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