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든 땀에 말투도 투명스럽게, 어쩌다 제품 확인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보면 택배 상자만 덩그러니 놓인 채 택배기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1시간에 그들이 소화해야 하는 택배 물량은 총 60여개. 시간 안에 물량을 소진해야 나머지 물량을 또 배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야근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왔다갔다해야 한다. 택배기사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열심히 택배기사들이 일해준 결과 택배회사들은 매년 영업이익이 성장한다. 그런데 정작 택배서비스는 제자리다. 분실사고는 물론 기사들의 불친절은 소비자들 입장에선 서비스업 답지 않은 배짱처럼 느껴진다. 돈만 버는 본사 때문에 택배기사들만 현장에서 쥐어 터지는 꼴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현실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이 16일 오전11시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 투쟁본부는 "사각지대에 놓은 택배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며 "택배 관련법도 없고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보니 택배 노동자들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수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택배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용안정 보장, 노동 시간 단축, 택배 요금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택배 노동자 기본권 쟁취 서명'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달라며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내달 24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 계획도 피력했다.
영상 촬영=김기천 기자
편집=이승환 기자
김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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