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100인의 삭발식 모습. 사진=김기천 기자. 뉴스클레임DB
학교 비정규직 100인의 삭발식 모습. 사진=김기천 기자. 뉴스클레임DB

[클레임노동=박명규 기자] 간혹 집회 현장에 뜬금없이 급식 노동자들이 나와 본인들의 억울한 작업장 상황을 눈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때마다 언론은 급식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다른 사안보단 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비정규직들인 그들은 처우도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상황은 현장에서 바뀌지 않았다. 현장의 문제를 아무리 목청 높여 외쳐도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급식노동자들이 눈물의 세월을 보내며, 작업장내 환경과 싸우다 죽는 일들이 발생했다. 밥이나 퍼주는 아줌마(이언주 전 의원 발언)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생명은 소중하다. 그간 그들은 일하다 다치고, 숨 쉬다 사망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이대로는 못산다고 눈물의 하소연을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며, 자신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했다.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그들은 비정규직이다. 그저 밥 퍼주는 아줌마들에 불과하다. 파업도 해보고, 별의 별 투쟁도 다 해봤지만, 변한 게 전혀 없다. 학교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식기세척기에서 유해물질이 나와도, 조리시간이 길어 그 냄새를 온전히 다 감수하다 폐암에 걸려도 그들은 소리 없이 죽어갔다. 사람이지만, 대접을 못받고 그저 그렇게 소리 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되고 말았다.

환기만이라도 제대로 됐더라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근무하는 급식실에는 송풍기 후드 형태 및 유량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었다. 당연히 환기불량이 속출했고, 노동자들은 미세먼지보다 더한 먼지를 마시며 매일 남을 위해 일해야 했다. 그들이 폐암에 시달리는 이유다.

정태경 전(前)조리실무사는 “20여년간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다 급성 폐암 말기진단을 받고, 지난달 산재인정을 받고 치료 중”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환기시설 개선을 꼭 해주시고, 조리원 배치기준도 완화해 주길 바란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급식실 조리사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 사항으로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올해만 해도 47명의 급식조리사가 산재신청을 했음에도 교육부에서 현황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윤 의원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튀김과 볶음요리 경력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34배까지 높아지며, 조리 시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3.17배 높아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조리로 인해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문제지만, 식기를 소독할 때 사용하는 독한 세척제에도 발암물질과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이 조리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급식실 조리사에 대한 산재신청 접수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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