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사진=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클레임기획=천주영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이후 현재까지 총 13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55세 이상 또는 급식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이들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에서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뉴스클레임>에서는 그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성남 이매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불안전한 환기로 온·습도가 항상 높은 조리실에서 일한 탓이다. 안양 화창초등학교의 조리실무사는 백혈병은 진단받았다. 처음에는 피부 발진으로 시작했지만, 심한 어지럼증과 무기력증이 나타났고 ‘급성 모구성 백혈병’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게 됐다. 조리실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었지만, 항상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더운 환경에서 조리한 탓이다.

26년간 학교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다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조리사. 그는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실 환경은 ‘열악’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급식실 내부는 늘 후덥지근했고 매캐한 조리 연기가 자욱했다. 밥과 국을 만들 때 생기는 연기는 그나마 나았다. 매일 튀김, 부침개, 구이 요리를 만들 때다마 가슴을 쪼이는 고통이 늘어났다. 조리원은 그저 시간 내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기계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공통적으로 ‘위험천만한 환경’, ‘공기순환이 안 되는 조리실’, ‘최소한의 안전도 없는 근무 환경’ 등이 담겨 있었다.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급식실 노동자가 더 많이 죽을 것이라는 우려도 포함됐다.

급식실 노동자의 건강권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 사항으로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올해만 해도 47명의 급식조리사가 산재신청을 했음에도 교육부에서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학교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나온 자료를 언급, “튀김과 볶음요리 경력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34배까지 높아진다. 또 조리 시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3.17배 높아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우선적으로 학교 급식실 환기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급식실 환경이 맞는 환기시설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급식실 조리사에 대한 산재신청 접수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급식조리사를 대표해 참고인으로 나선 정태경 전(前)조리실무사는 “20여 년간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다 급성 폐암 말기진단을 받고, 지난달 산재인정을 받고 치료 중”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환기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조리원 배치기준도 완화해 주길 바란다”고 증언했다.

노동계는 정부당국에 ▲급식실 노동자 직업성암 산재인정 ▲유해물질 측정 등 급식실 특화 작업환경 평가 시행 ▲폐암진단 등 급식실 노동 특성에 맞는 특수건강진단 시행 ▲표준화된 환기시스템 마련 ▲조리흄 발생 최소화 식단 및 조리방법 표준화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위원장은 “급식실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대체로 지하나 반치하다. 환기 기준도 유해물질 기준도 없는 환경에서 일한다”며 “천식, 폐암,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도 왜 폐암에 걸렸는지도 모르는 채 오로지 자신의 잘못으로만 받아들이기도 한다. 노동부와 교육부는 이러한 급식실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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