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내몰린 미취업자
가짜 채용 공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가담
취업사기 피해에 고통

[클레임청년=김혜민 기자] 생계 위협을 받는 청년 미취업자들은 범죄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절박함과 두려움이 범죄의 이유가 되기도, 취업에 대한 간절함이 피해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구직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는 해마다 늘고, 그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괴로운 청년들은 악마의 속삭임에 고통받고 있다.

사진=김혜민 기자
사진=김혜민 기자

② 범죄에 내몰린 미취업자: 범죄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거나

장기간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은 막다른 길에 앞에 놓인다. 갈 곳 없는 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린 범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 윤준병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9~2021년 기획수사 단속기간 중 취업사기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취업사기 적발건수는 2019년 76건, 2020년 77건, 2021년 10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3년간 취업사기 피해자는 417명에 달하며, 이 중 10~30대는 141명, 전체 33.8% 수준이다.

취업을 명목으로 한 범죄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직자 뒤통수를 치고 있다.

대기업 취업 알선을 빌미로 비용을 요구하는 식의 사기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 사기’ 사건은 피해 규모 150억원, 피해자는 60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구직자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5000만원에 이른다.

올 초에는 지상파 방송국 PD, 작가를 사칭해 취업준비생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만남을 요구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모델, 아나운서 지망생 등 관련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었다.

국내에서 취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청년 구직자들은 해외 취업에 눈을 돌렸지만, 취업사기에 휘말리며 그 꿈이 좌절되기도 했다.

2019년 발생한 해외취업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가짜 회사가 요구한 휴대폰 유심칩, 여권, 개인 금융 정보를 전달했고, 범죄 일당은 이를 통해 인터넷 대출을 받아 잠적했다.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보이스 피싱, 스미싱 범죄가 빈번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20~30대 구직 중인 청년이 타겟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비대면 대출 사기 관련 민원이 증가하면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취업을 미끼로 비대면 대출을 유도하는 스미싱 사기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비대면 면접, 재택근무, 유튜브 연수 등을 활용한 수법을 이용했다. 업무용 휴대폰을 개인 명의로 개통하게 한 뒤, 보안 앱 설치 등을 이유로 휴대폰 일시 반납을 요구하거나 SNS를 통해 신분증 사진을 보내게 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경우도 있다.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일하게 됐지만, 본인이 맡은 업무가 범죄 행위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 7월 경찰대학 경찰학 연구에 실린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가담 경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8년 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울 경찰청이 검거해 조사한 보이스피싱 전달책·수거책 235명 중 202명이 무직자였다. 이 가운데 138명은 구직 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하고자 했던 열망이 ‘공범’이라는 결과로 도출되고, 자신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청년 구직자들은 또 한 번 좌절하게 된다. 그것은 때론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지난해 1월, 20대 취업준비생은 사기 범죄의 희생양이 돼 꽃피지 못하고 져버렸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 사기 전화를 걸어 취업준비생을 죽음으로 내몬 이른바 ‘김민수 검사 사칭’ 사건 피해자다.

전북 순창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0대 취업준비생이었던 그는 11시간 동안 보이스 피싱범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 범죄자 일당은 “전화를 끊으면 공무집행 방해로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피해자를 몰아붙였고, “범죄사기에 연루됐으니 돈을 가지고 서울로 오라”고 속였다.

피해자는 은행 ATM기에서 돈을 인출해 KTX를 타고 서울로 가 지시받은 곳에 돈을 맡겼다. 범죄 일당은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되자 전화를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체포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계속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며칠 뒤 신변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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