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부회장 용퇴, 17일 신임 부회장 발탁 유력…'취임 1년' 정의선 체제 강화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올 하반기 임원 인사를 남겨놓은 현대차그룹도 재계에 일고 있는 세대 교체 바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 체제 1년을 넘기며 '뉴 현대차'로의 전환에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7일 오전 하반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비(非)오너가 부회장으로 역할을 해 온 그룹 내 최고 노무 전문가 윤여철 부회장이 후임 양성을 위해 용퇴해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본지 16일자 "[단독]현대차그룹 최고 노무 전문가 윤여철 부회장 퇴임" 기사 참조>
새해 강성 노조가 들어오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윤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세대교체론'이 더 우세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 최고 노사 관계 전문가로 불리는 윤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고·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현대차를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을 세운 '정통 현대차'맨이다.
경영지원본부장과 울산공장장 등을 두루 역임하고 2005~2007년까지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은 뒤 2008년 부회장에 올랐다.
2012년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듬해 정몽구 명예회장의 '특명'으로 다시 부회장직에 복귀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의 'MK 사단'으로 불리던 부회장단이 물러났지만, 윤 부회장 만큼은 노무 전문성으로 유일하게 올해까지 임기를 이어왔다.
이제 재계의 시선은 차기 현대차그룹 신임 부회장으로 쏠린다. 사실상 정의선 체제의 첫 전문경영인 부회장이다.
지난해 말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윤여철 부회장 - 장재훈 대표이사 등 사장단'을 두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 그룹 컨트롤 타워를 이뤄왔지만 윤 부회장의 퇴진으로 사장단에서 신임 부회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부문에는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현대카드·현대커머셜 정태영 부회장이 있다.
자동차 부문(제조·서비스업) 사장단에는 현대차의 장재훈 대표이사(CEO) 사장을 비롯 알버트 비어만 사장(R&D 등 업무 총괄·사내이사), 하언태 사장(생산 등 업무총괄·대표이사), 피터 슈라이어 사장(디자인경영 담당), 이원희 사장(담당 사장), 박정국 사장(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 김걸 사장(기획조정실장), 공영운 사장(전략기획담당), 지영조 사장(이노베이션 담당), 호세무뇨스 사장(글로벌COO), 이광국 사장(중국사업총괄), 신재원 사장(UAM사업부장), 송창현 사장(TaaS본부장) 등으로 다수가 있다.
또 기아에는 송호성 사장, 현대모비스에는 조성환 사장이 있다. 슈라이어 사장과 비어만 사장 두 외부 영입 1950년대생 외국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퇴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장들의 퇴진설도 나오고 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올해 코로나 19 사태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하며 위기를 돌파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2021년 올해의 차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는 등 내실도 다졌다. 북미와 유럽 주요 자동차 어워즈 10개를 분석한 결과, 최고상 수상만 6번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판매도 경쟁사 대비 상승세를 보이며 독일 폭스바겐, 일본 토요타와 함께 '빅 3'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보인데다 부회장에 비해 사장단 규모가 커지고, 세대 교체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번에 정 회장이 일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탁 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들이 그룹 안팎에서 높다.
장재훈 사장을 비롯한 다수 사장들은 1960년대생으로 50대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조직 안정 속 '뉴 현대차'로의 변화를 위해 경영 철학을 함께 공유하며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돌파해 나갈 전문경영인에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대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실력을 갖춘 MZ세대 등 젊은 임원들을 중용하고, 수소·UAM·로보틱스 등 미래 신수종 사업의 외부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는 추세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