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회복 기대감을 채 맛보기도 전에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햄버거, 빵, 치킨, 휘발유 등 품목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중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각종 식재료의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밥상 물가’ 걱정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뉴스클레임>은 식료품 가격 인상 예고 속 소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등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뉴스클레임] 봄철 건설 성수기가 도래했지만 건설사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 문제가 전면 셧다운(작업 중단)으로 치달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 전국 철근콘크리트 연합회가 조사한 자재비 인상 폭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3~8월 계약분) 철물, 각재·합판 가격은 각각 50% 인상됐다. 기타 잡자재는 40% 올랐다.
인건비 인상률도 두드러졌다. 형틀 재래식(15%), 알폼 시공(30%), 철근 시공(10%) 모두 두 자릿수로 올랐다.
특히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러시아산의 공급이 경제 제재로 어려워지면서 재고량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광해공업공단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3주 유연탄 가격은 톤당 326.39달러로 전주 대비 6.9% 상승했다. 미국, EU 등 주요국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심화되면서 상승 압력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현재는 중국의 증산과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에 가격이 내려갔다. 2일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4주 유연탄의 평균 가격은 톤당 361.67달러로 전주와 비교해 3.0% 하락했다.
레미콘 가격 역시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는 이달부터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레미콘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9300원 오른 가격이 적용된다.
갈수록 치솟는 공사비 부담에 착공 시기가 지연되거나 연기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누계 주택 착공 실적은 전국적으로 8만4108가구로 전년 동기(12만9025가구) 대비 34.8% 감소했다. 유형별에 따라서는 아파트 착공 실적(6만3361가구)이 1년 전보다 40.3%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2만747가구)은 9.1% 줄었다. 올해 1~2월 전국에서 착공된 주택도 4만4352채로 전년동기(7만288채) 대비 36.9% 감소했다.
또한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 중단에 돌입하는 현장이 생겨났다. 앞서 호남·제주 철근 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달 20일 오전부터 건설 현장에서 무기한 공사 중단에 돌입했다. 당시 공사를 중단한 소속 회원사만 50곳이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광주전남지회 측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해마다 10% 넘게 인건비가 인상돼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도산 위기에 내몰려 있어 공사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21일 협의를 통해 일제히 멈춰 섰던 현장에 공사가 재개됐지만,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추가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 제재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으며, 정부가 건설 자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관련 원자재 비용 상승 압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가와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 생산비용이 1.5~3.0%으로 증가하는데,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의 3분의 1 이상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로 건설경기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건설산업이 뒷받침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증가한 자재 비용으로 인해 공사 착공이 지연 또는 감소하게 되면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내수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점 시사점을 도출하자면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연탄의 경우 그동안 수입 물량의 75% 이상을 러시아산을 이용했는데, 최대한 수입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수입 관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미콘의 가격 상승 압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레미콘 가격 상승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레미콘 가격 상승 원인은 일차적으로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 운반비가 상승하기 때문인데, 정부 차원에서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한 “러시아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더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으로, 건설사는 올해 신규 공사 진행 시 비용 검토를 면밀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용 문제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며, 원자재 수급 문제가 향후 지속될 경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