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단식농성 선포 결의대회’. 사진=김동길 기자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단식농성 선포 결의대회’. 사진=김동길 기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국가가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망에 이르게 되는 참혹한 현실은 잠깐 주목을 받을 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호소하는 간절함마다 매번 외면당하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뉴스클레임>은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지난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 많은 달이다. 이때만큼은 가정,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되새기곤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5월일까. 여기서도 제외되는 이들이 있다.

5월 2일 김포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2명,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2명을 각각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경 인천시 남동구에서 발달장애인 A씨를 살해한 후 경기도 김포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비단 가정의 달, 5월에만 발생한 비극은 아니다. 앞서 중증 발달장애인이 전북의 한 축사에서 30여 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1992년부터 전북의 한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중증발달장애인 B씨. 그는 30여 년간 축사에 딸린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는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장애인연금 등 많게는 매달 90여만원의 보조금이 입금됐지만 이마저도 사라졌고, 그의 통장에는 고작 9만2000원만 남아있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의 비극적인 죽음과 비롯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건은 매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신안 염전 노예 사건’도 발달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사건 중 하나다. 이 외에 ‘타이어 수리점 노예 사건’, ‘사찰 노예사건’ 등의 범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크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인들이 ‘노예 노동’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500여명의 장애인 부모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4명의 발달장애인부모가 단식농성에 돌입했지만, 대책을 세우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를 거쳐 확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등이 담겼지만, 이 역시 지난 정권 정책의 재탕에 불과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가 이런 말을 남겼다. “참사 뉴스를 보며 나는 지금까지 생존자였다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제 나이가 60살이 넘은 지금도 ‘나 죽을 때 같이 죽자’라는 말이 수많은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죽어가는 부모가 없고 생존자로 살아남는 자녀들이 없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세상에 죽임당해 마땅한 존재는 없다. 그러나 이 사회는 이유 모를 기준을 세우며 정상인으로만 존재하는 세상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죽임을 당해도 마땅한 존재이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대책은 불필요하게 여기고 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49재가 오는 7월 10일까지 진행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매주 화요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더 이상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과 끔찍한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하루 빨리 발달장애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확답이다. 지금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안전한 내일, 행복한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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