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리 해파랑길… 해파랑길17코스① 송도해수욕장에서 영일대해수욕장구간

[뉴스클레임]
해파랑길17코스는 포항 영일만 해안의 송도해수욕장에서 영일대해수욕장과 포항신항을 지나 칠포해수욕장 북쪽 끝에서 끝나는 18.3km의 길이다.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해수욕장은 물론 죽도시장,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포항해상스카이워크 등 가볼 곳이 많아, 해파랑길 도보여행이 아니더라도 멋진 일정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1월 17일에 16코스 걷기를 마치고 18일 죽도시장을 들러 집으로 돌아갔다가 보름 뒤인 12월 4일 17코스를 걷기 위해 포항에 갔다. 퇴직 이후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잘한 일들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전 18km가 넘는 코스를 다 걷기는 무리라 생각해, 첫날엔 오후 3시부터 영일대해수욕장까지 4km 정도만 걸었다.

해파랑길17코스가 시작되는 송도해수욕장은 아직은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과거엔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의 하나였다. 송도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잘 발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바다는 70m까지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 때에도 바닷물의 높이가 크게 변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1983년의 태풍으로 인해 백사장이 대부분 유실됐고 2007년에는 해수욕장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폐장되었다. 2012년부터는 다시 이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복원하고, 각종 편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곧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듯하다.
영일만 바다를 내다보며 해변을 걷다가 송도워터폴리라는 전망대 근처에서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번화가가 아니라 수수한 마을길이다. 그 끝에서 포항운하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보니 포항구항의 남쪽 끝이다. 다리 남쪽으로는 포항제철이 있는 형산강까지 운하물길이 이어지고 양쪽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밤낮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고 보니 왼쪽 300여 미터 거리에 죽도시장이 있다. 1970년대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포항인구가 증가하였고 약 60여 곳의 전통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현재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 죽도시장이다. 죽도시장은 죽도농산물시장, 죽도어시장, 죽도시장 등 세 개의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운영주체가 다르다고 한다. 이중 죽도어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으로 대구와 경상북도의 각 도시로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은 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꼭 다녀가야 하는 필수 관광지다.
친구와 포항의 죽도시장 이야기를 하던 중 물회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 3대 물회가 있는데 제주의 자리돔물회, 속초의 오징어물회, 포항의 광어물회라 한다. 이 길을 걸을 때 어느 식당의 물회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굳이 찾아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보의 전달이 빠른 시대여서 전국 어디에서든 실망하지 않을 만한 물회를 만날 수 있다. 최근 다녀온 거제의 지세포항에서 만난 물회는 직접 양조한 식초 맛이 일풍이어서 물회 맛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내게는 땀 흘리며 걷다가 만난 물회가 전국에서 가장 훌륭한 물회였다.

포항구항길을 따라 영일대해수욕장 방향으로 걷는데 거리에 다양한 조형물을 세워 과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포항구항은 1962년 개항했다. 영일만 입구에 신항이 건설되면서 포항항이라는 이름 대신 포항구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구항은 어선과 울릉도 여객선이 이용한다. 화물선은 연안화물, 유류, 모래 등을 이곳에서 선적 및 하역한다.

그리 오래 걷지 않아 영일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백사장을 따라 도로가 이어지고 도로 너머에 숙박시설과 식당 등 각종 편의 시설이 가득하다. 부산의 광안리나 해운대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울산의 일산해수욕장과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의 길이는 1,750m, 너비는 40~70m 정도다. 주차장을 비롯해 해수욕장 이용객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해수욕장 북쪽 언덕 위에는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가 있고, 바닷가로 3km즘 더 가면 해상스카이워크가 있어 가족단위의 휴가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모래밭에 서니 포항제철의 철 구조물과 영일만 입구의 호미곶이 내다보였다. 보름 전 왔을 때는 저 해안 길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내 지나간 시절도 돌아보니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힘들고 캄캄하기만 했는지. 그래도 잘 살아냈다. 잘 살고 있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