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거리 위 영정이 나란히 놓인다. 일하다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다. 사고로, 질병으로 노동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지만, 안전 대책 마련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법과 제도 역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모든 것에 외면당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2024년 8월 19일 고(故) 윤OO 노동자 아직도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2024년 6월 9일 고(故) 이OO 노동자 아직도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얼굴이 없는 영정이 나란히 놓였다. 오해 철도와 지하철에서 일하다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다.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궤도사업장에선 올해 들어 5건의 산재사고로 6명이 죽고, 21명의 노동자가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와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가 안전대책은커녕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궤도사업장 산재사망 사고는 ▲서울교통공사 연신내역 전기실 배전반 감전 사망(1명)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 환기구 집진기 설치 사전 작업 중 감전 사망(1명) ▲신분당선 양재역 유도등 설치 중 질식 추정 사망(1명) ▲한국철도공사 구로역 전차선 보수작업 중 선로검측차 충돌 사망(2명) ▲익산역 리모델링 공사 중 추락 사망(1명) 등 5건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8명이 집단적으로 혈액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6개 대도시의 도시철도와 한국도시공사의 정비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13명의 혈액암 환자가 추가 확인됐다.
협의회는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들은 차량이나 장비를 정비하는데 쓰이는 벤젠이나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유해화학물질에 수시로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는 철도·지하철 일터 내 죽음을 막기 위한 정답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철도공사에서 1566명, 오세훈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서 2212명의 안전인력을 감축하고 그 업무를 외주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조직진단 결과 필요인력의 60%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9호선 역사에서 만성적인 1인 근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협의회는 "이대로는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수 없다"며 ▲무리한 인력 감축 계획 철회 및 안전관리 필요 인력 충원 ▲철도·지하철 종사자 직업성 질병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및 위해물질 관리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태균 궤도협의회 상임의장은 "질병으로 죽고, 사고로 죽는 궤도사업장에 근본적인 안전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궤도사업의 중대재해와 혈액암 집단 발병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현장발언으로 나선 황수선 서울교통공사노조 지축검수지회장(직무대행)은 "13년간 지축 차량 검수팀에서 일해왔다. 그러던 23년 6월 혈액암 진단 이후 현재까지 6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총 21명의 혈액암 발병자보다도 더 많은 노동자가 유기용제 노출에 의한 혈액암에 노출되거나 발병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지하철 종사자에 대한 건강영향평가 실시 및 직종별 보건관리 가이드 마련 ▲즉각적인 철도지하철 종사자에 대한 혈액암 전수조사 실시 ▲위해독성물질을 친환경물질로 교체하고 MSDS가 없는 제품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