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거리 위 영정이 나란히 놓인다. 일하다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다. 사고로, 질병으로 노동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지만, 안전 대책 마련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법과 제도 역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모든 것에 외면당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급식실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산재 휴직하고 요양 치료를 받다가 최근 숨졌다. 동료들은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분노했다. 도교육청에 급식실 배기·환기설비와 노동환경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충청북도교육청 앞에서 '폐암산재사망 급식노동자 고(故) 이영미 조합원 추모, 충청북도교육청 규탄 및 순직인정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폐 CT 검사를 정례화하고 급식실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지부에 따르면 10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던 고인은 2021년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산업재해신청을 해 직업성암으로 승인 받았고, 휴직 후 요양지쵸를 해오다 지난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지부는 고인의 사망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지 않은 학교 급식실 운영의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이 조합원의 중대재해 사망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고인의 황망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폐 CT 검사를 정례화하고 급식실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정 교육공무직본부 사무처장은 "또다시 급식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죄스럽고 원통하다"며 "교육부는 예산만 내놓고 방관하고 있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개선의 요구가 과한 것이냐"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쏟기보다 '내가 혹시 암에 걸리지 않을까', '나의 호흡이 내 생명을 갉아먹지 않을까' 하며 두려워하는 현장이 어찌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끊임없이 배치기준 완화와 현장 시설 정비를 요구했으나 항상 예산 문제로 거절 당했다. 무엇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국민들을 위해, 아이들의 먹거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예산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