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리 해파랑길 해파랑길25코스(1)

3월20일 해파랑길25코스를 걸으며 본 바다는 봄 햇볕은 가득 머금도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3월20일 해파랑길25코스를 걸으며 본 바다는 봄 햇볕은 가득 머금도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뉴스클레임]

해파랑길25코스는 울진군 기성면의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울진군청 근처의 왕피천까지 23.3km의 길이다. 이 길에서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가장 눈에 띈다. 강원도의 팔경에 경북 울진의 월송정 망양정이 포함된 이유는 과거 울진이 강원도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주로 4일의 일정으로 집에서 현장을 오갔었는데 울진 구간에 접어들면서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숙소를 단기로 임대할 수 있는 앱을 알게 되어 동해시의 한적한 바닷가에 한 달 묵을 숙소를 구했다. 동해시에서 울진까지도 차로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리기는 하지만 이쪽이 여러모로 편리했다. 아직 회복 중인 아내를 고려해 하루 걷고 하루 쉬는 일정으로 한 달을 계획했다. 쉬는 날은 동해의 여러 관광지를 가볍게 돌아볼 수도 있었다.

숙소인 동해시 어달해변에서 울진의 기성공용정류장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정류장에 주차하고 바라보니 바닷가까지 논이 꽤 넓다. 포항의 영해읍이나 평해의 평야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지만, 동해안에서 이만한 평야 지대 찾기도 쉽지 않다. 길가엔 온통 현수막이 빼곡하다. 절반은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환영하는 내용이고 절반은 기성공항 이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걸을 채비를 하는데 택시가 들어와 멈추더니 그 자리는 자기가 차를 대는 자리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낯선 외지인이니 행여 무슨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아예 정류장을 벗어나 한적한 공터로 차를 옮겼다. 출발하기 전이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평해 월송정에서 이곳까지 걷고 난 후 택시를 타고 돌아간 적이 있어 서운한 마음도 슬쩍 스쳤다.

바닷가에 줄을 달아 생선을 말리고 있었는데 바다 위의 하늘은 이마저도 그림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바닷가에 줄을 달아 생선을 말리고 있었는데 바다 위의 하늘은 이마저도 그림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이날이 2023년 3월 20일이었다. 길가에 이른 봄꽃이 마구 피어나고 있었다. 양지바른 기슭엔 산벚꽃이 보였고, 산수유와 진달래꽃도 피기 시작했다. 발아래 길가엔 양지꽃이 활짝 피어 봄 햇볕을 만끽하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어 만난 마을의 바닷가엔 길게 늘어뜨린 줄에 매달린 생선이 바람에 흔들린다. 마을 정자에 붙은 ‘외부인 출입금지’는 조금 야박했지만 코로나19가 특히 노인들을 위협한다니 어쩔 것인가. 

이런저런 어지러운 생각은 바람에 날아가고 그 자리엔 부드러운 하늘과 햇볕 녹아든 바다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바닷가의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 조금 지루해질 아담한 해수욕장 끝 길가 언덕 위에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선말 고종 때까지 이곳에 있던 망양정은 왕피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곳 가까이 솟은 작은 산위로 이전했다. 이곳 망양정 옛터엔 2015년 작은 정자를 짓고, 유허비와 망양정의 내력을 소개하며 이곳이 망양정이 있었던 터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조선말 고종 때까지 이곳에 있던 망양정은 왕피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곳 가까이 솟은 작은 산위로 이전했다. 이곳 망양정 옛터엔 2015년 작은 정자를 짓고, 유허비와 망양정의 내력을 소개하며 이곳이 망양정이 있었던 터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해파랑길에서 만난 두 번째 관동팔경인 망양정이 분명했다. 바빠진 마음으로 올라가 보니 그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넓고도 넓다. 그 바다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무엇을 더 채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늘과 닿는 곳에 수평선이 보이고 그 하늘과 바다가 서로 푸른색을 주고받으니 바다색과 하늘색이 다르지 않다. 눈에 거치는 것 없는 바다를 보다 싫증이 나면 왼쪽과 오른쪽의 바닷가에 펼쳐진 백사장이 소나무 몇 그루 사이로 보인다.

망양정 옛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산괴불주머니꽃과 현호색꽃이 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망양정 옛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산괴불주머니꽃과 현호색꽃이 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그러나 여기는 망양정이 아니다. 망양정이 있었던 자리다. 그러나 이곳도 망양정이 처음 세워졌던 곳은 아니다. 본래는 이곳 망양리의 해안가에 처음 세워졌다가 세월이 지나 허물어졌다 했으니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조선 성종 때에 평해군수가 이 옛터에 망양정을 다시 세웠고, 조선 말 고종 때 왕피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언덕 위에 다시 세웠다. 이 옛터 앞으로 도로가 나면서 많이 깎여나가고 일부의 터만 남아 있던 곳에, 2015년 정자를 세워 조선 성종 때 두 번째로 이전해 세운 망양정이 있던 곳임을 알리고 있다. 

망양정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으면 망양황금대게공원이 있다. 바닷가의 바위를 살피며 잠시 쉴만한 곳이다. 울진이 대게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망양정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으면 망양황금대게공원이 있다. 바닷가의 바위를 살피며 잠시 쉴만한 곳이다. 울진이 대게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특별히 눈여겨볼 편액 등은 보이지 않았으나 망양정이 있던 곳임을 알리는 망양정 유허비, 안내판, 그리고 ‘바다를 보고자 하는 뜻을 이루려 한다면 망양정에 올라 보라’고 끝을 맺는 시 한 수를 무안 박씨 문중에서 소개하고 있다. 내려오는 계단 옆의 노란 괴불주머니꽃과 남색 현호색꽃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망양정 옛터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걷다 보면 무심히 지나치기엔 많이 아쉬운 바위가 끝없이 나타난다. 바위들은 촛대가 되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얹거나, 물개가 되거나, 소나무를 키워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만들거나 아니면 무리가 되어 춤을 추기도 한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망양정 옛터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걷다 보면 무심히 지나치기엔 많이 아쉬운 바위가 끝없이 나타난다. 바위들은 촛대가 되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얹거나, 물개가 되거나, 소나무를 키워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만들거나 아니면 무리가 되어 춤을 추기도 한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망양정 옛터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걷다 보면 무심히 지나치기엔 많이 아쉬운 바위가 끝없이 나타난다. 바위들은 촛대가 되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얹거나, 물개가 되거나, 소나무를 키워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만들거나 아니면 무리가 되어 춤을 추기도 한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망양정 옛터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걷다 보면 무심히 지나치기엔 많이 아쉬운 바위가 끝없이 나타난다. 바위들은 촛대가 되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얹거나, 물개가 되거나, 소나무를 키워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만들거나 아니면 무리가 되어 춤을 추기도 한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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