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 회장. 삼성전자 제공

[뉴스클레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이 회장의 경영 행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삼성그룹 부당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의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원 14명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의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불공정 합병 논란 방지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에 대해 차례로 판단한 후 검찰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측 주장도 기각됐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그동안 발목을 잡혀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해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겠다. 국민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 측 법률대리인 김유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2심 선고 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사업 부진 등 전방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줬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발판 삼아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중단 움직임 등 경영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사법리스크 족쇄를 벗어 던지면서 삼성의 위기 극복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그동안 해외 경영 행보에도 재약이 있었던 만틈 향후 경영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일 방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와 회동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진행된 1심 재판에 총 107회 출석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96차례 법정을 찾았다. 2심 재판에도 이날을 포함해 6회 출석했다. 

아울러 이 회장이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2017년 구속기소되면서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 없이 물러났다.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등재는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재용 회장이 등기임원에 오르면 삼성 그룹 경영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3월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계획이 있느냐’ 등 질문에 "저희가 답변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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