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대책, 더 깊어지는 불평등
오늘도 멈추지 않는 약자들의 죽음

폭염과 재난에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쓰러지는 현실이 기후정의행진의 이유가 되고 있다. 사진=927기후정의행진 
폭염과 재난에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쓰러지는 현실이 기후정의행진의 이유가 되고 있다. 사진=927기후정의행진 

[뉴스클레임]

경북 구미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지난 7월 7일, 베트남 국적의 23세 이주노동자가 첫 출근날 작업 도중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낮 최고기온은 37도를 넘었고, 그의 체온은 40도가 넘었다. 작업은 오후 4시에 종료됐지만 동료들은 “화장실 간다”며 자리를 비운 뒤 연락이 끊긴 동료를 찾아 지하 1층에서 발견했다.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해당 현장은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폭염에도 쉴 수 있는 권리는 말뿐”이라고 토로한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재 70%가 건설 현장에서, 절반 가까이가 작업 첫날이나 일주일 이내에 발생했다. 특히 휴게시설 부족과 안전수칙 미준수, 신입·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 부재가 사고를 키웠다.

장애인 단체, 여성·아동 보호단체,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주거, 돌봄, 건강, 노동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에어컨 하나 없는 컨테이너 현장, 돌봄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하주택, 휴식 없는 노동현장”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현장이라는 증언이 줄을 잇는다. 기후위기는 약자부터 쓰러뜨린다는 경고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올해 여름만 해도 폭염과 홍수, 산불 등 극한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었고, 피해는 똑같이 오지 않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여름 온열질환자 4000명 가운데 상당수가 50~60대 현장 노동자, 농업·건설·단순노무 종사자였다. 이주노동자가 컨테이너 숙소에서, 노인 농민이 논밭에서, 장애인이 무더위와 빈곤한 주거환경에 쓰러지는 사고가 계속 이어졌다.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의 82%가 영세사업장에서, 그 절반 가까운 수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것이다.

주거 취약계층 역시 위험에 내몰린다. 침수 피해로 집을 잃은 지하주택 세입자,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약자, 돌봄 인프라 없는 병약자들이 즉각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불안과 우울 속에 방치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위기 불평등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훨씬 가혹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성 가정 내 돌봄과 폭력 피해도 이상기후 시기에 증가한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오는 27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기후재난은 공평하지 않다.” 현장 참가자들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약자가 먼저 쓰러지는 현실을 직접 고발할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아직도 기술·자본 중심의 ‘녹색성장’에 머물러 있다. 기후정의라는 말이 매년 행진마다 등장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취약하다. 변화가 더디고, 대책은 현장에 잘 닿지 않는다. 현장 목소리와 직접 증언은 이번 행진이 던질 핵심 질문이다. “기후위기, 왜 힘없는 이들부터 공격하나.” 기후정의의 출발은 바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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