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대한민국 재벌가의 병역 이행은 여전히 사회적 논쟁거리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달 해군 학사장교로 입대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재벌가의 병역 이행 ‘미담’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지호 씨는 복수국적자 신분으로 병역면제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해군 장교 복무를 선택했다. 이에 언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위층의 자발적 병역 이행을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그러나 전체 재벌가 남성의 병역 이행 현황을 놓고 보면, 사정은 복잡하다.
일단 삼성이나 이재용 회장 가족 입장에서도 좀 부담스러웠을 거다.
주요 재벌가 2~4세 남성 중 병역 면제율은 35.1%로 일반 국민(29.3%)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세대가 젊어질수록 면제율 격차가 커지고, 질병, 국적상실, 유학, 산업기능요원 등 다양한 합법적 수단이 활용된다. 삼성가만 해도 이건희 회장은 현역 복무를 했지만, 그의 아들 이재용 회장은 허리디스크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CJ·신세계 등 삼성가 친척 역시 군 미필·면제 사례가 많고, LG·GS·SK 등 대형 그룹 대부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반복된다.
과거 재벌가의 병역 기피가 사회적 비판을 받은 바 있지만, 최근엔 오히려 일부 오너가의 입대 결정이 언론에서 ‘귀감’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평범한 20대 청년이 국가에 황금기를 헌납하는 ‘보통의 희생’과는 비교되는 방식이다. 대다수는 부와 권력을 누린 재벌가가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언론은 이를 ‘특권 포기의 결단’처럼 보도한다.
병역이행 자체는 법적·시민적 의무이지만, 계급적 경험 차, 언론의 미담 프레임, 여전한 면제제도 및 불평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