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설문조사 결과 발표… 악성민원·명찰 피해·갑질 실태 드러나
직원 12.9%는 병원 진료·상담 경험
철도노조 “인권경영 현장 실현, 현장의 목소리 반영돼야”

철도공사 현장에서 감정노동 피해와 관리자의 갑질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클레임DB
철도공사 현장에서 감정노동 피해와 관리자의 갑질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국민을 안전하게, 인권을 소중하게, 함께하는 코레일’이라는 구호와 달리, 철도공사 현장에서는 감정노동 피해와 관리자의 갑질이 여전히 심각합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26일 오전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인권경영을 내세운 조직문화가 실상이 아닌 구호에 머물러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철도노조는 지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철도 운수(역) 분야 직원 약 4000명을 상대로 감정노동 및 갑질 피해사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427명이 참여해 약 12%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응답자 중 90.9%가 감정노동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이 토로한 주요 고통은 악성 민원과 폭언, 모욕, 신상 노출과 같은 정신적‧육체적 피해였다. 특히 실명이 노출되는 명찰 착용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추가적인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불안, 우울감, 분노, 짜증, 업무의욕 저하 등을 호소한 응답자 중 12.9%는 병원 진료나 상담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또한 관리자의 갑질을 경험한 비율은 27%에 달했으며, 이 중 16%는 반복적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인격 모독, 부당지시, 인사 불이익, 차별 대우” 등 전근대적 조직문화가 여전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84%는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특히 직원들은 “명찰 착용으로 인해 실명이 드러나 온라인 유포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사는 명찰 폐지 요구에 대해 ‘복제규정’과 ‘국민 알권리’를 이유로 반대 입장만 제시했다. 

직원들은 또 “고객의 무리한 요구뿐 아니라, 인력 부족과 불합리한 규정, 관리자의 방관‧과도한 업무지시가 감정노동 가중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388m에 이르는 KTX 승강장을 한 명이 안내하는 구조적 인력문제는 고객안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철도노조는 이번 설문조사를 근거로 '직원 인권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명찰 폐지, 복제규정 등 현장 직원 통제 중단, 안내 인력 증원, KTX 승강장 단독업무의 2인 근무 체계 전환, 관리자 갑질 엄벌과 조직문화 혁신 등 다각적인 대안을 내놨다. 

이들은 “인권경영이라는 이름이 현실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절실한 요구가 즉각 반영돼야 한다”며 "공사는 전향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 고객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를 위한 출발점이며, 공사가 책임 있는 공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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