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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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 등 카카오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에서 오류가 일어났다. 언론은 이를 ‘서비스 장애’라고 보도한다. 이용자들은 SNS 등에 ‘소통 장애’ 불만을 표현한다.

17일 다음 메일을 클릭하면 ‘메일 서비스 장애 상황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 아래에는 ‘장애 내용’, ‘장애 복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빠른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안내 내용이 뜬다. 

이는 오래된 습관이다. 물론 ‘장애’는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고,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 말은 진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진실이라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장애인의 상대어는 정상인, 일반인이 아닌 ‘비장애인’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이지 않다고 ‘장애’를 붙이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카카오 불통도 서비스 장애가 아닌 ‘서비스 차질’, ‘서비스 불편’, ‘서비스 오류’, ‘서비스 먹통’이라고 해야 맞다.

문제는 ‘습관적’, ‘무심코’이다. 정치권에서도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발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임대주택에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2021년 3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이라고 발언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이 보유한 일본 도쿄 아파트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적장애가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상적인 엄마가 별로 많지 않은 거 같다”는 말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8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바 있다. 

비하 의도가 없다고 변명하지만 끊임없는 장애인 비하 발언, 표현은 절대로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사안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다. 장애를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때문에 죽기도, 울기도, 살기도 한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에 무관심하며 무감각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 특히 언론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혐오 발언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장애 인권 감수성이 전혀 없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막말의 습관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평소 인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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