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버스 내 안전사고 절반이 60대 이상 고령자"

[뉴스클레임]
자리에 앉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하는가 하면, 하차 벨을 누른 후 버스에서 완전히 내리기도 전에 문이 닫히는 경고음이 울려 당황했던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빨리 앉지 못하면 넘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빠르게 내리지 못하면 다음 정거장까지 갈 수 있다는 걱정에 버스 안에서조차 바삐 움직여야 한다. 버스 내부에 부착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완전히 정차될 때가지 기다려 달라'는 문구는 장식용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평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A씨는 "버스가 완전히 멈춘 후 자리에 일어나 하차하라고 안내돼있는데, 이를 지켰다가 못 내리고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적이 너무나 많다. 또 비가 오는 날에는 바닥이 미끄러운 경우가 많은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해 뒤로 크게 넘어진 적도 있다. 기사분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더 안전하게 운전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내·마을버스 운전자의 위험한 운전으로 승객들이 미끄러짐·넘어짐과 같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의 피해는 주로 고령층 승객에게 돌아갔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시 시내·마을버스의 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버스 내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일부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승객의 부주의한 이용 행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18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해 시내버스 11개 노선 23대와 마을버스 14개 노선 28대를 조사한 결과 100㎞당 평균 62.6회꼴로 급출발, 급가속, 급감속, 급정지 등 위험 운전이 확인됐다.
노선별로는 시내버스가 100km당 50.4회(총 323.55㎞ 주행 중 163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보다 약 1.8배 많은 88.6회(총 151.18㎞ 주행 중 134회)의 위험운전행동을 했다.
조사 대상 버스 가운데 8대는 정류장에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승·하차 문을 개방했다. 2대는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소비자원은 "버스의 문이 열린 상태에서 주행할 경우, 승객이 밖으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운전자는 버스의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차량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문을 여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원이 최근 5년(2019년~2023년 11월)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버스 관련 위해 사례 428건을 분석한 결과, 219건(51.0%)이 상대적으로 거동이 민첩하지 않은 60대 이상의 고령자에게서 발생했다.
위해 원인으로는 ‘미끄러짐/넘어짐’이 282건(65.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딪힘’ 61건(14.3%), ‘눌림/끼임’ 58건(13.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승객의 안전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51대의 버스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이 버스 주행 중에 하차를 준비하기 위해 하차문으로 미리 이동했다.
소비자원은 "버스가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하면 차내 관성으로 인해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승객은 버스가 정류장에 멈춘 후에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리 하차를 준비하는 교통 문화, 본인의 하차 지연 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미안함 등으로 인해, 버스가 주행하는 중에도 승객들이 좌석에서 일어나거나 버스 손잡이를 놓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버스 운행 중에는 이동을 자제하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