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해파랑길12코스는 경주시 감포항에서 포항시 양포항까지 13.3km의 바닷가 길이다. 감포항 북단의 송대말등대와 오류고아라해변을 지나면 인적 드문 해변 마을과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기암괴석이 가끔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소소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길이다.
감포항은 규모가 꽤 커 보였다. 울산 방어진항을 떠난 후 동해안에서 크고 작은 항구를 여럿 지났지만 정박해 있는 배의 크기만 보아도 감포항은 다른 어느 항구보다 크다. 아침 9시에 길을 나서 아직 잠들어 있는 항구를 살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듯 오래된 단층 건물 한쪽에 만석상회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페인트 색은 이미 오래전에 바랬다. 짧은 머리의 노인이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처마 아래 한문으로 새겨진 가게 이름이 보인다. 붓 좀 다룰 줄 아는 이가 멋 부리며 흘려 쓴 글씨다. 몇 번인지 모를 만큼 흰색과 검은색을 칠하고 또 칠한 흔적이 보인다. 또 하나의 명패에는 집주인 이름 옆에 ‘국가유공자댁’이라는 표시가 있다. 집도, 처마 아래의 문패도 온 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감포항 북쪽 끝에 송대말등대가 있다. 송대말은 소나무가 많은 육지의 끝부분이라는 뜻이다. 등대 주변엔 오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바라보는 전망이 워낙 좋아 방문자들이 많다. 송대말등대는 일제강점기에 등불을 밝혀 암초를 표시하기 시작했고, 1955년 무인등대가 세워졌지만,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대신 5층의 등대 건물을 지어 1층과 2층은 관광객을 위한 빛체험전시관으로 운영하고 그 위의 3개 층이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마주하는 해파랑길 걸어 나가기에 집중하고 있으니 빛체험전시관에 들어가 시간을 보낼 만큼 마음이 한가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빛의벙커’를 경험한 적이 있어 빛체험전시관 그 안에서의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바닷가에 서서 조금 전 지나온 남쪽의 감포항을 바라보고, 바닷가에 버티고 선 소나무의 자태와 바다에 넓게 펼쳐진 크고 작은 바위에 부서지는 물거품을 바라보며 잠시 섰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오류고아라해변은 휴양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방풍림에 기대어 야영장과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해변은 강릉이나 기타 지역의 해수욕장만큼 모래가 가득하지는 않아도 바다를 즐기기에 부족하지는 않아 보였다.

오류고아라해변을 지나 포항시 경계에 이르기까지는 바닷가 풍경이 제법 멋진 곳이지만 이미 카페와 펜션 등이 자리를 잡고 그 경치를 차지하고 있어, 지나가며 편안히 그 경치를 즐길만한 곳은 거의 없었다. 일부 바닷가의 카페는 철조망까지 쳐 놓고 있어, 차와 음료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는 이는 그 사유지 출입 금지다.

해파랑길 표시 스티커가 물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바위 암벽에도 있고 커다란 바위 사이로도 길이 이어진다. 바람이라도 강하게 부는 날이면 이 길 걷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어느새 마음을 빼앗긴다.
물가 길이 끝나고 마을 골목길을 걸어 오르고 보니 2차선 도로다. 차들은 바삐 내달리고 길은 굽었는데 길가에 인도는 없다. 그래도 옹벽에 길을 알리는 스티커가 있으니 옹벽에 기대듯 바짝 붙어 걷는다. 차 다가오는 소리가 편하지 않다. 늘 걷기 좋고 아름다운 길만 걸을 수는 없다. 그렇게 포항시 양포항에 들어섰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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