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리 해파랑길… 해파랑길15코스 호미곶 해안 길 따라 영일만으로

호미곶 해안 주변에는 해안단구라는 계단식 지형이 특징적인데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꽤 먼곳까지 평평한 암반이 펼쳐진 듯 보인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호미곶 해안 주변에는 해안단구라는 계단식 지형이 특징적인데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꽤 먼곳까지 평평한 암반이 펼쳐진 듯 보인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뉴스클레임]

해파랑길 15코스는 호미곶 새천년광장에서 동쪽의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영일만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13km의 바닷가 길이다. 바닷가 물위에 설치된 산책로를 걸으며 왼쪽의 멋진 바위와 지층의 조화에 감탄하고 오른쪽 멀리 바다건너 포항시의 건물들이 아련하게 보인다.  50코스의 해파랑길 중 가장 권하고 싶은 멋진 길이다. 비와 바람이 거친 날에는 삼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해안의 암반 대부분은 강한 암석이 아닌 탓에 바람과 파도에 깎여 형성된 아름다운 형상의 바위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해안의 암반 대부분은 강한 암석이 아닌 탓에 바람과 파도에 깎여 형성된 아름다운 형상의 바위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호미곶엔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딱 한 곳 찾기는 했는데 썩 내키는 곳은 아니었지만 호미곶에서 밤을 보낼 날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포항 시내로 나가지 않고 묵어가기로 했다. 어두워지기 전 저녁식사를 마치고 들어와 TV를 보고 있는데 열린 창문으로 두엄 냄새가 들어온다. 밤이 되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산기슭 어딘가에 있는 축사에서 날아오는 냄새인 듯했다.

오전 9시가 되기 전이어서 거리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거의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항구 역시 아직 잠들어 있었다. 호미곶 끝이 가깝다고 생각되는 곳에 폭이 좁고 키 큰 비석이 하나 보인다. 1907년 일본 수산강습소의 실습선이 이 근처에서 사고를 당해 학생과 교사가 희생되었음을 알리는 비석이었다.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이고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의 사망은 가슴 아프다.

과거 청어가 자주 뭍으로 밀려와 까꾸리 (갈퀴)로 긁어 담았다고 해서 까꾸리개라는 지명을 얻은 곳에 있는 독수리바위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과거 청어가 자주 뭍으로 밀려와 까꾸리 (갈퀴)로 긁어 담았다고 해서 까꾸리개라는 지명을 얻은 곳에 있는 독수리바위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그리 멀리 나가지 않아 독수리 바위를 만났다. 파도와 바람에 깎인 바위가 정말 앉아 있는 독수리를 닮았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서 흔히 석조 계단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자 상을 소맷돌이라 하는데, 호미곶에는 자연이 만든 바다 계단(해안단구)이 있고 독수리바위가 소맷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설을 하고 있다.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호미곶에서 안쪽의 영일만 해안인데, 특히 이 독수리바위와 지는 해가 어울려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고 한다. 옛날엔 독수리바위 근처에서 청어가 뭍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까꾸리 (갈퀴)로 끌었다고 하는 이야기와 함께 까꾸리개라고 불렸던 곳이기도 하다.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어선 주위로 갈매기들이 기회를 엿보며 날아들었다. 멀리 희미하고 포항 시내의 건축물들이 보인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어선 주위로 갈매기들이 기회를 엿보며 날아들었다. 멀리 희미하고 포항 시내의 건축물들이 보인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독수리바위를 뒤로 하고 영일만 바다와 그 위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작은 어선, 멀리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대형 화물선과 육지에 가물가물 보이는 포항시내 건물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호미반도해안둘레길의 4코스가 끝나고 3코스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산악지형이 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곳이어서 포항 시내에서 연결되는 도로는 좁고 매우 구불구불하다. 작은 포구와 그 주변의 어촌마을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버려져 있는 듯 보이는 집들도 여럿 보인다.   

호미반도해안둘레길을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에서 설치한 바닷가 산책로다. 아직 해파랑길이 지나는 전 구간이 이 방식으로 정비되어 있지는 않아, 때로는 바닷가 자갈길을 걷고 때로는 언덕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 어느 곳에 서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호미반도해안둘레길을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에서 설치한 바닷가 산책로다. 아직 해파랑길이 지나는 전 구간이 이 방식으로 정비되어 있지는 않아, 때로는 바닷가 자갈길을 걷고 때로는 언덕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 어느 곳에 서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물가의 돌밭을 다듬어 시멘트 포장을 해 걸을 수 있는 길을 내었다. 때로는 아직 포장까지는 하지 않고 돌을 정돈만 해 둔 곳도 보였다. 길이 불편한 듯해도 바다의 경치가 뛰어나고 육지 쪽 해안에 불현 듯 보이는 지층 모양이 아름다워 불편을 느낄 겨를이 없다. 오른쪽의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북쪽을 향하던 해파랑길이 다시 남으로 향하고 있다. 불쑥 불쑥 바다로 향해 뻗은 지형이 겹겹이  옅은 안개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호미반도해안둘레길 영일만 구간은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어서 저녁 때는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로 향해 돌출된 해안이 겹겹이 펼쳐지며 걸음마다 그 앞이 궁금해지는 길이다. 사진=오근식 객원위
호미반도해안둘레길 영일만 구간은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어서 저녁 때는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로 향해 돌출된 해안이 겹겹이 펼쳐지며 걸음마다 그 앞이 궁금해지는 길이다. 사진=오근식 객원위

바닷가 물 위로 펼쳐진 산책로가 나타났다. 발아래에는 파도가 찰랑거리고 왼쪽엔 기암과 괴석이 연이어 나타나며 눈길과 발걸음이 즐겁다. 물위의 산책로가 끝나면 바닷가 손바닥만 한 곳에 터를 잡은 마을이 나타나고 다시 물가에 다듬어 놓은 길이 놓여 있다. 그 길가에 장군바위는 아이를 업고 아직 영일만으로 들어가는 중이고 구룡소가 그 멋진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구룡소는 오랜 전설을 간직한 신비로운 곳이다. 전설이 아니어도, 서 있는 곳마다 다른 매력을 보이는 탓에 남겨두고 가기엔 아쉬운 곳이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구룡소는 오랜 전설을 간직한 신비로운 곳이다. 전설이 아니어도, 서 있는 곳마다 다른 매력을 보이는 탓에 남겨두고 가기엔 아쉬운 곳이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조금 이른 시간에 해파랑길 15코스 13km 걷기를 마쳤다. 험한 산이 바다로 급히 내리꽂는 듯한 지형이어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살아내기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곳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해수욕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이 아이를 업고 영일만으로 들어가는 형상의 이 바위가 장군바위다. 사람들은 왜 어미나 할매가 아니라 남성인 장군이 아이를 업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장군바위의 사연이 궁금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장군이 아이를 업고 영일만으로 들어가는 형상의 이 바위가 장군바위다. 사람들은 왜 어미나 할매가 아니라 남성인 장군이 아이를 업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장군바위의 사연이 궁금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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