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30코스

[뉴스클레임]
해파랑길30코스는 삼척시 근덕면 용화리에서 궁촌리까지 레일바이크노선의 주변을 걷는 7.1km의 길이다.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포함된 마지막 코스를 제외하고는 해파랑길 구간 중 가장 짧지만, 도보여행의 종합선물과 같은 길이다.
해파랑길30코스가 시작되는 삼척시 근덕면 용화리 일대는 해안선이 아름다워 관광 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용화리와 장호상 사이에 1km 남짓한 해상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고, 야영장과 각종 숙박시설이 빼곡하다. 어촌체험 프로그램도 있으니 바닷가에서 쉴 틈 없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굳이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물과 어울린 바위를 보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어도,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좋은 곳이다.

이곳 관광 시설의 백미는 궁촌리까지 이어지는 5.4km의 레일바이크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었다가 폐선된 철도를 이용한 이 시설은 바닷가의 경치를 보며 가다가 어느 순간 터널을 달리고, 숲속을 지나는 듯하다가 바다를 만나는 멋진 코스다. 오르막 구간에서는 동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크지 않다. 종점인 궁촌에 도착하면, 출발했던 용화리까지는 순환 버스를 이용해 돌아온다.
레일바이크가 대기하고 있는 용화리 해변에서 바닷가를 슬쩍 내다보고 마을 안의 골목을 걸었다. 인기척 없는 길이 끝나고 마을 뒤의 도로를 향해 걸어 오르다 돌아보니 전망이 제법 좋다. 이런 자리를 그냥 비워둘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집을 짓고 있다.

용화리 해변과 그 아래 장호항 일대의 풍경은 도로에 올라서서 오르막을 꽤 걸은 뒤에 돌아보면 일품이다. 말굽재라는 고갯길이다. 용화리 북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이 길은 말을 타고 넘을 수 있는 길이었지만, 이 고개를 넘어갈 때는 반드시 내려 말을 끌고 넘어가야 했다고 한다. 고갯길 입구에 주민들이 모시는 성황당이 있었는데, 말에서 내리지 않고 고개를 넘으면 말의 발굽이 굽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은 바다를 떠나 구불구불한 산속의 옛 도로로 들어서고 다시 바닷가로 나갈 듯하지 않아 보인다. 그 산속에서 황영조가 문득 나타난다. 황영조 기념공원이 보이고 조금 더 걸으니 슬쩍 바다가 보이며 제법 규모가 큰 주차장과 함께 황영조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 아래 초곡1리에서 황영조가 태어나고 자랐다.

황영조 선수는 1992년 8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2시간 13분 23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서 우승했던 손기정 선수의 한을 풀어 준 쾌거였다. 당시 22세의 황영조 선수는 1년 전에 마라톤 선수로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는 손기정 이후 유일하게 올림픽에서 우승한 대한민국의 마라톤 선수로 남아 있다.
황영조기념관을 돌아보며 당시의 기억을 잠시 떠올리고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맞은편에 황영조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 기념 동상이 있고 그 뒤로 ‘황영조 집 찾기’라 적힌 집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그 아래 황영조가 살던 집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올림픽 마크가 그려져 있는 집이었다.

작은 항구 배후의 초곡리 마을을 오십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었다. 삼척시는 이곳을 각종 해양 레저 스포츠 시설을 갖춘 초곡 관광 항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초곡항 오른쪽 바닷가를 왕복 1.5km 정도 아기자기한 바위와 시원한 바다를 보며 초곡촛대바위 너머까지 산책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을 걷던 그때 이곳 초곡항은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인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다시 깨어나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몬주익 언덕의 황영조를 생각하게 될 그 날을 생각하며 걸어 나갔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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