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리스들이 쪽방촌에서 매년 죽어 나갑니다. 삶의 질이 떨어지니, 당연히 생애주기도 짧아지는 거죠."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공동기획단) 관계자의 말이다.
한해 홈리스 쪽방촌에서는 15명에서 20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서울시가 방관하는 사이, 아까운 목숨들이 명대로 살지도 못한 채 사망하는 것이다.
기획단은 19일 오전 11시 서울역(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비주택 최저 주거기준 설문결과 발표 및 홈리스 주거대책 개선 요구 기자회견 개최했다.
기획단은 기자회견에서 "노숙인들이 죽어나가도 서울시와 정부는 모른척, 방관하고 있다"며 "최저주거기준을 도입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임대주택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쪽방촌 홈리스 1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참담했다. 거의 사람이 사는 형편의 삶이 아니었다. 공공기획단은 "홈리스의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홈리스들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월 70만원 버는 홈리스가 월세 20만원짜리에 산다. 최저주거기준보다 낮은 환경에서 살다보니 당연히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다. 당연히 수명도 짧아진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추운 겨울 몸 녹일 곳이라도 정부가 마련해달라는 간절함이 전부다. 그들에 이런 요구도 사치다. 그들은 그저 좀 도와달라, 더 이상 홈리스 수십명이 매년 죽어나가는 일을 막아달라는 하소연이다.
기자회견 중에도 홈리스 30~40명은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다. 공원 바로 옆에는 쉼터가 있었는데, 서울역 근처 홈리스들은 새꿈어린이공원 옆 홈리스 쉼터를 이용한다. 홈리스의 일상이다.
변변한 방한칸 없다보니 늘 이런 일상 속에 제대로된 생활이나 직업활동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동기획단이 홈리스추모제라고 이름을 지은 것도 그간 사망한 수백명의 홈리스를위한 작은 배려가 담겨져 있다. 또 앞으로 죽어갈 홈리스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이중적 의미도 섞여 있다.
공동기획단은 "고시원 화재가 있었지만 무관심은 여전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홈리스와의 면담을 통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주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영상=김동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