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9일 오후3시 청와대 옆 이면도로에서 열렸다. 사진=조희주 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9일 오후3시 청와대 옆 이면도로에서 열렸다. 사진=조희주 기자

청와대에 별안간 영화 레미제라블 OST ‘민중의노래’가 울려퍼진다. 청와대 관광을 온 외국관광객들이 노래를 같이 흥얼거린다. 젊은 연인들은 갑자기 울려퍼진 노래에 손을 꼭붙잡고, 감상 삼매경에 빠졌다. 9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옆 풍경은 여느 날과는 사뭇달랐다. 투쟁과 욕설, 시위로만 점철됐던 청와대 앞에 성악을 하고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사물놀이 한판은 마치 비싼 돈을 내고 보는 공연처럼 여겨졌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9일 오후3시 청와대 옆 이면도로에서 열렸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역대 결의대회 중 가장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공공운수노조가 연대했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복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분명 약속한 복직인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며 “국립오페라합창단 1년 운영비는 3억이다. 이를 구성원 숫자와 나누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나온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노래를 불렀던 게 바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창단은 그 돈이 아까워서 단원을 해고한 후 다시 채용하기를 반복하면서 단원들의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며 “끝까지 투쟁해서 이런 악의 고리를 끊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대균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은 “단원들이 거지냐. 어느 정도 생활은 돼야 할 거 아니냐”며 “공연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단원들은 두어 달을 뼈가 빠지게 연습한다. 성악가 아르바이트비가 10년 전 10만원이었는데, 지금도 10만원이다. 문화예술계의 현실이다. 오른 물가가 절대 반영되지 않는다. 참담한 현실”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순수예술은 돈이 안 된다. 그러니까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를 키워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그런데 예산 삭감 얘기가 나올 때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게 문화예술 분야”라고 말했다. 끝으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많이 불렀던 노래가 있는데 그게 바로 동백섬”이라며 “최준식 위원장이 앞서 부른 동백섬은 더 이상 부르고 쉽지 않다. 동료들의 피맺힌 한의 서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이하 국립오페라단)는 2009년 이후로 10년 째 복직 투쟁 중이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권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직제가 없다는 이유로 해체했다. 이날 결의대회의 마무리인 오페라 합창이 끝나고 집회참가자들은 청와대에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 촉구 민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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