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내달 1일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경선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권력기관 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초유의 상황도 펼쳐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내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범야권 대선 후보 출마설이 돌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감사원장에서 사퇴했다. 대선 출마나 정치 참여를 공식화진 않았으나, 빠른 시일 내에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며 대선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른바 ‘0선 대선주자’들이 유력 대선 후보로 정치행보에 나서는 걸 과연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엔 현 정부, 국회의원 탓도 있다. 현재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고 정치 교체를 강력하게 원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는 바른 정치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어빠진 쭉정이만 남아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신뢰 대신 실망감만 계속해서 쌓인 결과, 대권 주자의 ‘필수 경력’으로 꼽히는 국회의원 경력은 하루아침에 무의미하게 됐다. 오히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기성 정치권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는 점이 플러스 알파(+α)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결국 현 정치인들의 무능력만 증명된 꼴이다. 의회 정치 경험이 없는 0선 대선주자들이 포퓰리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최악의 사태도 전망되고 있지만, 이는 현 정치인들 스스로가 불러온 우려다. 조금만 더 신뢰를 쌓았더라면, 조금만 더 바르게 행동했더라면 결코 없었을 걱정이다. 뒤늦게 이러한 후회를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