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에세이 '그러라 그래'
젊은 세대에 전하는 응원과 위로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젊은 날에는 몰랐다. 그걸 안다면 젊음이 아니지.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은 떠나고 곁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반 넘게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2030세대가 코로나19 이후 두려움과 우울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나 우울감이 일상의 소중함을 잊게 한 것이다.
가장 빛나는 시기임에도 2030 청춘들은 젊음을 느끼기는커녕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젊고 예쁜 오늘을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그러라 그래’는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에세이 ‘그러라 그래’는 19세에 데뷔해 51년 동안 활동을 이어온 가수 양희은의 인생 이야기를 담는다.
책 제목인 ‘그러라 그래’는 양희은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버릇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걱정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만 같은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양희은에게 삶은 참 고되고 때로 끔찍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동생들, 남은 식구의 가장 노릇을 해왔던 그였다. 어머니가 일하던 양장점에 불이 나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에, 어머니가 서준 빚보증까지 문제가 됐다.
낭만은 사치였고, 돈을 벌어야 했다. 양희은은 가수 송창식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당시 업소 무대에 오르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아는 가수 양희은의 시작이었다.
그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암 수술을 하고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기도 했다. 삶과 죽음은 본인 소관이 아니었고, 그 일은 인생에 선을 그은 분기점이 됐다고 양희은은 말한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세월을 지나온 그는 이제 70이라는 나이가 됐다.
모든 걸 쏟아 부는 자만이 얻는다는 초연함이 그에게도 생겼다.
양희은은 책을 통해 나이 드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웬만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라 그래.”
흔들릴 때마다 자기 자신을 지켰던 말이다.
주변 시선에 휘둘리고, 타인 평가에 괴로워하지 말고, 현재 닥친 상황에 좌절하지 말라고. 양희은 말한다.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라’고 조언한다.
70년을 먼저 산 양희은의 고백은 우울함과 절망에 둘러싸인 젊은 세대에 위안과 위로를 전한다.
“인생길 다 구불구불하고, 파도가 밀려오고 집채보다 큰 해일이 덮치고, 그 후 거짓말 같은 햇살과 고요가 찾아오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세상엔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 못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땐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하늘을 볼 일이다.”
마구 흔들리는 지금이 원망스럽더라도, 그러라 그러자.
늘 긴장된 상태인 데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나의 20대.
서른이 되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흔들림은 여전했다.
사십 대가 되니 겁이 조금 없어졌다. 혹독한 시간 덕택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십 대가 되니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육십 세를 넘기니 흔들릴 일이 드물어졌다.
어느덧 칠십, 대체 무얼 하며 이 좋은 날들을 보냈나. 많은 나날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덧없이 빠져나갔구나.
양희은. ‘그러라 그래’. 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