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누락 KT… 야간작업→주간 "라우팅 오류"

[클레임통신=조현지기자] “카페 아르바이트생이고, 손님에게 결제를 해주려는 순간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던 손님께서는 버럭버럭 화를 내시며 괜히 카드결제 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 아니냐면서 왜 카드 결제를 못 하는 건지 이유를 대라고 하셨다. 나도 몰라서 답답했다”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KT의 서비스 장애. 그 원인이 밝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사건의 전말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T가 사건에 대해 결론만 언급하고, 과정은 생략했기 때문이다.
2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11시경 KT의 서비스 장애로 전국 네트워크가 마비됐다. 약 85분 동안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인터넷업체들까지 잇따라 일상이 ‘올스탑’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겪었다. KT의 서비스 장애 원인은 ‘라우팅 오류’였는데, 라우팅 오류는 기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통상 라우팅 작업은 주간에 끼칠 피해를 고려해 주말에 진행한다.
KT는 주말 혹은 야간에 진행해야 할 라우팅 작업을 주간에 진행한 데다가 점심시간을 1시간 채 남기지 않은 촉박한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가 우려했던 사고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트래픽으로 먹고사는 인터넷 업체들은 업무 피해를 봤고, 자영업자들은 카드 결제를 하지 못해 물건 판매에 방해를 받았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던 학생들,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등 많은 사람이 KT의 서비스 장애로 일상에서 피해를 봤다.
앞서 KT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자,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사건에 관해 관심을 갖자, 갑자기 입장을 번복했다.
KT는 “디도스가 아니라 라우팅 오류로 인해 발생한 서비스 장애로 파악됐다”며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후 KT는 라우팅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원인을 밝히지 않아,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깜깜무소식이었다.
라우팅오류 원인에 대해 침묵을 고수하던 KT는 29일 입을 열었다.
KT는 “부산에서 망 고도화 작업을 위해 새로운 장비를 설치해야 했고, 그 장비에 맞는 라우팅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입력하는 과정에서 코드 한 줄을 누락했다”며 “야간에 하기로 돼 있던 작업을 주간에 해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KT가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주간 작업을 왜 야간에 했는지 ▲누가 승인을 했는지 ▲처음에 디도스라고 섣불리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히 KT 내부에서 라우팅 오류를 디도스로 착각할 만큼 기술이 부족하지 않을 텐데,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이해 안 간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국민의 일상에 차질을 준 KT의 서비스 장애. 현재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이 논의 중이다. 피해를 본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관에 따르면 KT는 이용자들이 하루 3시간 이상, 1개월 기준 누적 6시간 이상 네트워크 장애를 겪을 때만 보상한다.
KT 구현모 대표는 이에 대해 “오래된 약관이고 향후 피해 보상 부분을 개선하겠다”며 “통신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많은 시대에 그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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