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임기획=천주영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이후 현재까지 총 13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55세 이상 또는 급식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이들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에서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뉴스클레임>에서는 그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실’. 아이들이 받는 식판 하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비롯해 조리사, 영양교사, 조리원 등이 한 끼 식사를 위해 땀을 흘린다. 그러나 급식이 만들어지는 급식실의 근무환경은 ‘열악’ 그 자체다.
급식실 노동자는 매일같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대체인력도 없어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뼈마디 하나 아프지 않은 데가 없고 화상, 미끄럼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
가장 큰 문제는 폐암이다. 담배 하나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급식실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돌았다. ‘설마 급식실에서 일했다고 폐암에 걸리겠느냐’라는 의심이 들 수 있겠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용역의뢰를 받아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비정규직노조 급식실 암발생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급식실 작업자의 폐암 유병률은 일반 인구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는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배식 보조원 등 여성 작업자 총 5339명이 참여했다.
급식실 노동자의 연령은 40대 이하가 28.6%, 50대 68.9%, 60대 이상 2.5%로 대부분이 30~40대였다. 급식실 근속년수는 9년 이상이 전체 62.1%를 차지했다.
월 평균 볶음, 튀김, 구이 등 조리흄 발생 작업이 10일 이상인 경우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78.3%로 나타났다. 20일 이상인 경우는 19.7%로, 조리흄 발생 작업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후드 공조기 등 급식실 공기순환장치가 충분히 작동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55.8%로 나타났다. 급식실에서 볶음, 튀김, 구이 등 작업이 이뤄져도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업 중 불편 증상을 느낀 노동자들도 과반수 이상을 넘어섰다. 조리흄이나 작업장 내 열기로 인해 어지러움, 구토, 탈수 증상, 가슴 통증 등을 경험한 경우가 60.5%로 나타난 것.
급식실 근무 이후 폐암을 진단 받았다고 답한 경우는 3.5%, 총 189명으로 나타났다. 10만명당 발생자수(조유병률)로 계산하면 총 3540명으로, 2018년 국가암통계자료와 비교하면 무려 24.8배 높다. 급식실 근무 이후 지난 6월까지 암진단을 받고 생존해 있는 경우를 조사해 국가암발생 통계와 비교한 것이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긴 하나, 이것만으로도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유병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리노동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조리흄 등 각종 유해물질과 발암물질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자들은 창문 같은 자연환기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후드 등 기계로 된 환기시설까지도 있으나마나라고 입 모아 말한다. 아예 환기를 포기한 지하·반지하 조리실도 상당하다고.
이윤근 직업성암119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대부분의 급식 노동자들의 근무기간은 10년을 넘어섰다. 때문에 급식 노동자 등 기름 요리를 하는 노동자가 걸릴 확률이 높은 암에 특화된 특수건강진단을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급식노동자들의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기기설이 오히려 노동자의 건강을 해친다면서 캐노피 후드 방식이 아닌 측면 환기시스템을 설치해 조리흄으로부터 급식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고열에서 발생한 조리흄이 급식노동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로 빨아들이는 캐노피 후드 방식이 아니라 측면 환기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며 “이를 학교 단위의 자발성에 맡기지 말고 교육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