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이후 현재까지 총 13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55세 이상 또는 급식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이들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에서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뉴스클레임>에서는 그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급식실이 아닌 거리로 나섰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급식복과 위생모자, 앞치마를 두른 노동자들은 식판을 들고 ▲학교급식실 배치 기준 하향 ▲직업암 전수조사 ▲조리환기시설 전면 교체 ▲위험수당 인상 등을 촉구했다.
결국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아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면서 정부가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산재신청과 승인이 늘자 55살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를 10년 이상 맡은 현직 급식 종사자에 대해 저선량 폐 시티(CT) 촬영을 실시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강 진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정리해보면, 2018년 이후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학교 급식 종사자(퇴직자 포함)는 31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요양급여 지급이 신행됐다. 남은 18명 중 1명은 불승인, 17명은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교육청 및 각급 학교 조리실을 대상으로 산업보건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교가 자율 점검표를 토대로 자체 점검을 하되, 교육청과 일부 학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 감독관,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현장 검검한다. 더불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학교 급식 조리실 표준환기 가이드’도 개발해 교육부에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은 마냥 기뻐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급식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폐암 건강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대상자가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이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등 학교비정규직노조 종사자 중 여성 작업자 5339명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자 대부분이 40~50대로 드러났다.
급식실 근속년수는 9년 이상이 전체 62.1%를 차지했다. 9~15년 미만이 32.4%를 기록했고 15년 이상(29.7%), 1~5년 미만(20.3%)이 뒤를 이었다.
직종은 직접조리를 담당하는 조리사와 조리 실무사가 각각 19.6%, 7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55세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 10년 이상 종사자’로 정해놓은 검사 대상이 터무니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조에 접수된 5년 미만 노동자의 폐암 사례가 있는 만큼, 적어도 건강진단 대상 기준을 급식 업무 5년 이상 종사자까지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비노조는 “환기시설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없는 볼모지에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쟁취했지만, 현장의 폐암 발병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비노조는 “현재 노동부의 기준은 전체 산재신청자의 91.3%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실태조사 실시’, ‘폐암 검사 대상자 범위 5년 이상 종사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미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중 55세 미만 8명, 5년 미만 종사경력 노동자 6명이 있다면서 폐암 검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급식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임시 건강진단 명령’ 아닌 ‘폐암 건강진단 실시 지도’는 너무나 미온적인 조치다”라며 “이를 통해 급식실이 개선되고 급식 노동자의 줄을 잇는 폐암 발병이 중단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기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 또한 조리흄 노출 위험이 높은 급식실에서 튀김, 볶음, 조림 업무를 하는 조건을 감안해 폐암 검진 대상을 5년 이상의 종사경력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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