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가속화로 전자·미래차 신기술 강화 포석…고급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 글로벌 대세로

올 연말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 등 재계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 교체'로 압축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30대 상무, 40대 부사장들이 대거 배출됐습니다. 해외는 물론 경쟁사의 외부 인재까지 공격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여성 인재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이는 모습입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는 볼 멘 소리도 나오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에선 R&D(연구개발) 부문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4차산업 혁명시대 더 치열해 지는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 지식을 보유한 엔지니어 출신들이 차세대 리더(CEO) 후보군, 즉 부사장·전무급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은 출신학교·국적·연령 등 배경을 따지지 않는 실력 우선주의로 미래 CEO 후보군을 발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자·자동차라는 업종 특성도 있긴 하지만 후보군 면면을 보면 공교롭게도 특정 대학 특정 단과대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68명(전무 직급 통합),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98명을 승진시켰는데 40대 신임 부사장 급에서 (학부 기준) 서울대 공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고봉준 신임 부사장(49·전기공학과), 김찬우 부사장(45·전기전자공학과), 박찬우 부사장(48·섬유고분자공학과), 이영수 부사장(49·기계설계학과), 박찬익 부사장(49세·컴퓨터공학과)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보다 10살 아래 터울인 'MZ세대' 30대 신임 상무급에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이 다수인 게 특징입니다.
최연소인 37세 박성범 상무(임페리얼 칼리지)를 제외하면 소재민 상무(38세), 심우철 상무(39세), 김경륜 상무(38세)가 각각 KAST에서 전산학, 산업공학, 전자전기공학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젊은 엔지니어 신임 부사장·상무들은 대부분 국내외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도 최근 올 하반기 인사에서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사상 최대 규모 신규 임원을 선임했습니다.
신규 임원 승진자 3명 중 1명은 40대가 차지했습니다. 아울러 R&D 부문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은 37%에 달해 실적 위주 인사가 이뤄졌다는 게 그룹 설명입니다.
그룹 관계자는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를 위한 인포테인먼트·ICT(정보통신기술)·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를 승진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1974년생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전무와 1971년생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전무가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각각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기계설계학과를 나왔습니다.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ICT혁신본부장에 영입된 진은숙 부사장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현대차의 미래차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모셔널CSO와 김정희 현대차 AIRS컴퍼니(인공지능 기술 전담 조직)장·CDO는 함께 전무에 올랐는데 서울대 전기공학과 동문입니다. 장 신임 전무는 1979년생으로 2017년 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점차 기술이 고도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무한 경쟁이 이뤄지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젊은 고급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추세가 있다"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