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왕(王)’이라는 글자는 도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도끼는 도끼의 날과 도끼머리, 그리고 도끼자루를 끼우는 구멍 등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형상화한 글자가 ‘왕’이다.
도끼의 이미지처럼, 임금의 권위는 막강했다. 신하들의 ‘생사여탈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임금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임금 ‘왕’이라는 글자에 도끼자루를 끼우는 구멍만 있을 뿐, 도끼자루 자체는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루를 끼우기 전에는 도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임금에게는 ‘책임’이 있었다. ‘권력’만 있었던 게 아니다.
임금은 세상의 구석구석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했다. 그 보이는 것에는 백성의 어려움이 포함되고 있었다. 임금은 백성의 고통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임금이 보는 것을 ‘성명(聖明)’이라고 했다.
임금은 귀도 남달라야 했다. 임금이 듣는 것을 '천청(天聽)'이라고 했다. 임금은 모든 것을 들어야 했다. 억울한 백성의 소리를 들어야했다. 한숨과 탄식도 들어야 했다.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들어야 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도 들어야 했다. 임금은 이를테면 '슈퍼맨'이어야 했다.
임금에게는 이렇게 듣고, 봐야 할 책임이 있었다. 따라서 임금은 눈도, 귀도 모두 밝아야 했다. 그렇지 못한 임금은 역사의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그런데,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도 그렇게 듣고 보는 능력이 있었다.
손오공이 천상에서 말썽을 피우다가 붙들렸을 때였다. ‘태상노군’은 손오공을 ‘팔괘로’라는 용광로에 넣고 49일 동안이나 바짝 구웠다. 손오공을 아예 재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손오공은 끄떡도 없었다. 단지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눈알만 빨갛게 변했을 뿐이다. 그 눈을 ‘화안금정(火眼金睛)'이라고 했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금빛 눈알’이라는 뜻이다.
그 ‘화안금정’으로 손오공은 1000리 안쪽의 거리에서는 잠자리가 날아가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화안금정’은 또 사람으로 변신한 요괴의 정체도 알아낼 수 있었다. 손오공은 이 ‘화안금정’으로 삼장법사를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눈뿐 아니었다. 손오공은 귀도 밝았다. 손오공이 왼쪽 귀를 세우면 33천(天)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른쪽 귀를 드리우면 염라대왕이 살생부를 뒤적이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슈퍼파워'가 아닐 수 없었다.
9일은 유권자들이 ‘슈퍼파워’를 발휘하는 날이다. 화안금정의 능력으로 ‘성명’과 ‘천청’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하는 날이다. 능력이 있는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눈이 손오공처럼 ‘화안금정’이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앞으로 5년을 맡길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이기 때문에 그렇다. 막판까지 대선 후보의 ‘시력’을 놓고 설전이어서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