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쪽으로 대한민국을 끌고 가고, 그러든 말든 자기네들 기득권만 챙기면 그만인 듯이 보이는 거대 정당(이름을 떠올리는 것조차 거시기하다!)의 행태가 볼썽사나운 2022년 봄.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따르면 시는 반역이다. 그래서 그는 시의 영예란 거리에 나가서 이런저런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시인은 반역자라고 놀려도 놀라지 않는다고 했다. 시는 태생이 반역이기 때문에...
조각가로 널리 알려진 강진모. 그의 첫 시집 ‘詩국나라(책나무출판사 펴냄)’.
그는 ‘남도의 시인’이라는 시에서 남도의 시인의 입을 빌려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시를 읽는 거시 아닌 거시여/마음의 여유를 얻으려고 시를 읽는 것이랑게’라고 썼다.
맞다 내가 시를 읽는 것도 여유나 틈이 있어서가 아니다. 나도 어쩌면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해 시를 읽었는지 모른다,
강진모의 시를 읽다보면 시가 반역인 줄 저절로 알게 된다. 가령 이런 시.
‘대한민국 승객 여러분께서는/돌아다니지 마시고 제자리에 앉아/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알려드립니다’ 전부
이 시를 보면 저절로 세월호가 떠오른다. ‘가만히 있으라’ 한 선내 방송...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과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아무리 이상한 무리가 설쳐도 대한민국호는 가라앉지 않기를...
광주 5.18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인 박몽구. 그가 이번엔 ‘라이더가 그은 직선(시와문화 펴냄)’이란 시집을 들고 나왔다. 그의 시는 네루다가 말한 대로 ‘시의 영예란 거리에 나가서 이런저런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제 몸무게의 몇 배는 너끈히 되는/짐을 짊어진 채/히말라야 설산을 오르는 세르파 노인을 본다/무거운 짐이 벼랑을 오르게 한다는 듯/문득 가파른 설산에 걸쳐진/차마고도 외길을 걷는 낙타/저를 비움으로 고개를 넘듯/배낭은 뒤돌아보지 않고 제 길을 간다’
-‘배낭’ 부분
그가 시인으로서 사는 삶은 무거운 짐을 지고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는 세르파 노인의 삶과 비슷하다.
네루다가 말한, ‘시의 영예란 거리에 나가서 이런저런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시인은 반역자라고 놀려도 놀라지 않는다. 시는 태생이 반역이기 때문에...’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시인 한 사람 더. 송경동 시인. 그의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창비 펴냄)’.
송경동 시인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이라는 시에서 ‘(...)부디/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당신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고 절규한다. 쓰레기... 시방 대한민국에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려는 사람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현실이라니!
‘(...)찰칵, 찰칵 소리가 한 사람 한사람/수갑 채우는 소리로 들리는 이번 생에는/더이상 찍힐 설움도/눈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포토라인’ 부분
송경동의 시를 보면 시인은 세계를 자아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 세계의 문제 중 남의 문제가 거의 없다. 그래서 시인은 늘 고통스럽다.
오늘도 노동 현장을 지키고 있는 시인 김이담. 그의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애지 펴냄)’를 보면 그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겠다.
‘오늘도 나는 까마득한 절벽으로 출근을 한다/아찔한 공중에서 꽃 피우는 나무처럼/십 층 이십 층 삼십 층/목숨을 밧줄 삼아 오르면/바람은 언제나 등 뒤에서 불어오고/마른 계절은 발 밑에서 흔들리는데.가파를수록 푸르러지는 우리들의 갈증(...)’
-‘소금꽃 담쟁이’ 부분
‘어느 페인트공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소금꽃 담쟁이’. 이 시를 보면 ‘그 벽을 껴안을 수밖에 없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정록 시인의 시집 ‘그럴 때가 있다(창비 펴냄)’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시인은 자신의 시집에 대해 ‘슴슴하다(심심하다. 싱겁다)’ 했지만 내 보기엔 간이 딱 알맞다.
‘눈물이 나면/ 왼손으로 슬픔을 덮었습니다/왼손으로 설움을 훔쳤습니다//웃음이 터지면/오른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오른손으로 웃음꽃을 가렸습니다//왼손이 덜 늙었습니다’
-‘눈물의 힘’ 전부
눈물의 힘을 믿는 그이기에 이런 성찰을 보여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매끄러운 길인데/핸들이 덜컹할 때가 있다./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그럴 때가 있다’ 부분
이상한 정치꾼들이 서로 못난 짓 경연대회를 벌이는 대한민국의 5월. 내 품에 들어온 시집들을 읽는 일은 참말(眞言/正言)을 찾는 일이다. 예로부터 이야기는 거짓말이지만, 노래(시)는 참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