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 전망을 포기한 적 있었다. 분기마다 발표했던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무리한 전망을 피하기로 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위헌 결정에다가 성매매특별법, 한국판 뉴딜정책 등 예기치 못했던 여러 변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숫자로 계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전망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KDI는 1997년 4분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경제 전망을 포기했었다. 사상 초유의 경제적 격변과 충격을 경제 전망에 담아낼 방법이 없어서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랬으니, 2004년에도 IMF 때만큼이나 경제를 전망하기가 까다로웠던 셈이었다.
경제가 어렵다면 정부도 정치판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바람직했다. 그래야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다. 국민은 그런 일을 해달라고 ‘아까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 마음들은 없어보였다. 야당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절호의 찬스였다.
그 이후에 생긴 ‘신조어(?)’가 ‘경포대’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비난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비난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나라 경제가 잘 굴러가는데 ‘시비’를 거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나라가 반석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는 반박도 내놓고 있었다.
경제 현상도 역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경포대’가 또 등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경포대 2’였다.
2019년 3월, 이종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민생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그야말로 ‘경포대 시즌 2’가 시작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시즌 1보다 더 ‘블록버스터’급”이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제성적표로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단어 하나를 더 보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죽하면 내가 오래 전부터 경제는 포기한 달나라 대통령이라 했겠는가”라면서 ‘달나라’를 추가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2019년 9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공수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포대’가 ‘민포대’로 바뀌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라디오에 출연, “민생과 민심, 민주주의까지 다 포기한 대통령, ‘민포대’ 대통령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 “경상수지는 300억 불 이상 흑자로 전망된다”며 “금융위기 가능성 등 대외건전성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는 보도다.
‘복합불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정부와 여야가 함께 모여서 경제를 협의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이고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는데.
